▲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지난 주말 노동문제에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전자노동조합’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에 상급단체를 둔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16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 중 하나였습니다. 살면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연설을 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한국노총 위원장님과 금속노련 위원장님은 ‘잘했다, 수고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떨지 않기 위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출범식과 노동자대회 연설을 마치고 난 뒤 지난 2013년, 7명의 동료 직원과 노동조합 이야기를 나눌 때가 생각났습니다. ‘우리 회사가 직원 한 명 한 명을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소통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노조를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준비도 했습니다. 그사이 삼성그룹 내 다른 노조에 대한 탄압 소식을 듣고 잠깐 논의를 멈추기도 했고 회사 내 다른 노조가 설립될 때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상급단체 가입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서기 위해서는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오늘 이 자리까지 왔네요.

며칠 전, 노조설립을 고민했던 예전 동료를 노조사무실로 초대했습니다. 동료는 ‘아, 이제 뭔가 되나 보다’라고 말했고,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저도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동료의 말처럼 저희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뒤에 회사에는 작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노’자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분위기가, 노조설립이 보도된 이후에 ‘노조가입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들이 직원들 간에 오가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얘기할 때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날아가 깨지는’ 계란이 아니듯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역시 깨지지 않는 바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은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더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삼성전자노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삼성으로부터 해고를 당해 161일을 고공농성을 하고 계신 선배님, 삼성에 노조를 만들고 지켜 나가기 위해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삼성 노동자들에 비해 과분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조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삼성전자노조가 양적으로 커지고 질적으로 발전한다면, 다른 삼성의 노조와 노동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18일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회사 일을 합니다(현재 삼성전자노조는 전임자가 없기 때문에 진윤석 위원장은 평소와 같이 업무를 하고 일과 후에 노조활동을 한다). 방송과 신문지상을 통해 제 이름과 얼굴이 나왔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저를 지켜보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긴장된 마음을 유지하고 허투루 얘기하지 않으며 진지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만날 것입니다. 회사와의 소통을 위해 노조를 만들었듯이, 삼성전자노조는 예비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끝으로 지난 토요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신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삼성과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삼성전자노조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약속을 조심스럽게 전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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