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 재직자 조건 관련 법원의 무효 판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이 이번에는 공공기관 내부평가성과급의 재직자 조건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내부평가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재직자 조건이 있더라도 내부평가성과급 중 최소보장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제공한 노동에 대가를 주지 않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내부평가성과급의 최소보장 성과급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소보장 성과급,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

10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따르면 최근 부산고법이 안전보건공단 노동자 박아무개씨 등 1천100여명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공단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근무평가에 따라 내부평가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했다. 최소보장비율(60%)을 두고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더라도 일정한 금액의 내부평가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단은 중식보조비와 경영평가성과급·내부평가성과급·직급보조비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거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본급만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초과근무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했다. 특히 공단은 2016년부터 성과급 지급계획에 "지급일 현재 재직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의 재직자 조건을 추가했다. 공단은 “내부평가성과급은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 요건이 부정된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이들 수당은 모두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시급을 기초로 산정된 초과근무수당과 기지급한 초과근무수당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공단은 내부평가성과급 중 60%를 최소보장비율로 뒀고, 최소보장 부분은 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했다”며 “최소보장 성과급에 부가된 지급일 기준 재직자 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한 노동자에게 이미 제공한 노동에 상응하는 부분까지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용자가 평가 결과 내지 업무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함으로써 그 지급 여부가 불확정적인 부분과 달리 지급이 사전에 확정된 최소보장 성과급에 대해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지급하지 않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한 것”이라며 “최소보장 성과급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공단 판결 공공기관에 영향 줄 듯

법원은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한 약정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사용자가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노동자가 이미 제공한 노동에 상응하는 부분까지 지급하지 않는 것은 기발생 임금에 대한 일방적인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공기관 내부평가성과급 지급시 재직자 조건의 위법성을 근거로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기상여금에 이어 공공기관 내부평가성과급에 대한 재직자 조건 위법 판결이 나오면서 다른 공공기관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1심은 공단의 성과급 지급계획에 명시된 재직자 조건을 인정해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최소보장 성과급이라는 고정급의 존재를 인정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2016년 성과급 지급규칙을 변경해 재직자 조건을 넣었지만 이미 제공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무효로 판단된다는 게 법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변호사는 “공단 성과급 지급규칙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른 것은 아니며 공단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면서도 “공단과 동일한 사례가 있는 공공기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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