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덴마크에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힐퍼(hilfr)는 지난해 4월 덴마크노총(LO) 최대 조직인 덴마크노동자연맹(3F)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3F에는 덴마크 운수·건설·목공·농업·임업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의회는 2015년 12월 우버 같은 유사 콜택시 노동자의 노조 결성과 가입을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UNI-KLC) 주최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노조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소개한 외국 사례다. 급격한 플랫폼 사업 신장세에 대응해 플랫폼 노동자 보호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는 뜻이다.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에서 열린 UNI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APRO) 동아시아노조포럼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로는 "미래의 노동, 우리가 결정한다"를 내걸었다. 노동시간단축 사례를 공유하고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디지털 시대를 맞는 각국 노조의 다양한 고민이 쏟아졌다.

"일자리 변화 중, 선도적으로 이동성 촉진해야"

김종진 부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온라인 플랫폼 노동이 연간 26%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비표준적 고용계약의 증가를 낳고,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넓힌다. 그는 일자리 기반이 빠르게 변모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법률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우버 노동자의 업무수행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할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됐다. 한국에서는 배달앱 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디지털 시대 노동진영의 대응 과제로 △비고용 기간 사회적 보호 접근법 구체화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소득 안정성과 교육훈련 제공 △고용 위계구조 속 공정한 대우 확보를 꼽았다. 김 부소장은 “지난 100년의 노동이 핵심부 정규직 고용자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것에 힘을 썼다면 미래의 노동은 비고용자도 사회적 보호가 가능한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응 UNI-APRO 사무총장은 “디지털화는 아주 심오한 방법으로 노동·노동자 그리로 조직에 영향을 줄 것이며 결과적으로 일자리 변화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의 이동성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 건강권·생존권 보장 시급"

포럼에서 각국 노조는 개별 고용관계 확산에 대응하는 다양한 고민을 공유했다. 키이 히로아키 일본 정보노련 부중앙집행위원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프리랜서는 1천87만명이다. 일본 노동가능인구 6명 중 1명이 프리랜서다. 그는 “국가가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를 하고 그들의 보호에 필요한 법적 규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자 조직화와 개인사업자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 건강권·생존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통상 노동자가 누리고 있는 최저임금과 유급휴가도 주어져야 한다”며 “이해관계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법·제도 개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사무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조의 노력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었다.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은행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완만히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장시간 노동 체제는 여전하다”며 “과도한 실적경쟁을 야기하는 평가지표를 개편하고 1인당 절대 업무량 감축을 위한 추가인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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