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상점에 필요한 물품을 매일 배달하는 배송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새벽에 출근해 저녁까지 끼니를 거른 채 배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A씨를 힘들게 한 건 업무량이 아닌 사장의 폭언이었다. 가끔씩 인상을 쓰면서 퉁명스러운 지시를 하던 사장은 급기야 지시하지도 않은 일을 트집 잡아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A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A씨는 고용노동부에 실업급여 수급에 관해 문의했지만 노동부는 자진퇴사라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직장갑질119는 15일 “직장내 괴롭힘으로 자진퇴사한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실업급여 수급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자발적 퇴사 사유로 추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업급여는 실직 후 재취업 준비 기간 동안 주는 생계안정급여다. 자발적으로 퇴직한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는 일부 예외사례를 허용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은 포함되지 않았다. 별표2에는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로 △임금체불·최저임금 미달·연장근로 제한 위반 등이 이직일 전 1년 이내 2개월 이상 발생한 경우 △사업장에서 종교·성별·신체장애·노조활동 등으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 △사업장에서 성희롱·성폭력·그 밖의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에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를 넣어야 한다"며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혜인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금체불·최저임금 미달 등의 사유와 비교할 때 직장내 괴롭힘을 결코 가벼운 이직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7월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 갑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 10명 중 3명(32.3%)이 직장을 그만두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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