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부대·기관 위치.<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가 군부대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육·해·공군,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12곳에서 800여개의 가습기 살균제가 사용됐다. 특별조사위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군대 내에서 가습기 살균제 구매·사용과 관련한 목격자와 군 복무 중 가습기 살균제로 의심되는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한 피해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특별조사위는 지난달 다중이용시설 중 하나인 군 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군에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가습기메이트' '가습기 클린업' 등 가습기 살균제 3종을 구매하고 사용한 증거를 확보했다. 관련 참고인 진술도 확보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육군 20사단에 복무했던 김아무개씨는 당시 중대 소속 50~60명 병사가 모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고 증언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조사됐다. 군 복무 중이던 이아무개(30)씨는 2010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 이후 폐섬유화 진단을 받은 이씨는 2016년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고했고 2017년 폐질환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받았다. 정부는 폐질환 종류에 따라 폐질환을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2단계(가능성 높음)·3단계(가능성 낮음)·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구분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군대 내 피해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대 내 보급 체계를 잘 아는 한 전직 육군 대령은 "군대 내에서 소모하는 생활용품 중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실무부대에서 물품 구매비·운영비로 구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예용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은 "군대가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한 줄 알면서 보급품으로 사용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군은 적어도 지난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이후 얼마나 사용됐는지, 건강 피해자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별조사위는 이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청문회에서 군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관련 내용을 질의하고 군대 내 가습기 살균제 사용실태 전수조사와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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