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19 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민변 노동위의 노변政담
앉으면 안 될까요?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당신이 맛집에서 대기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당신이 서서 기다리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평소 운동은 즐기지 않지만, 기초체력이 평균은 된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힘들다. 그렇다면 매일 하루 8시간을 서서 일해야 한다면 어떨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대규모 점포에서 근무하는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고 이유에는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이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판매노동자 2천806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이 적용되지 않는 판매노동자의 경우 하지정맥류·방광염 등 각종 신체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들에 비해 2배에서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근무방식과 상기 질환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고, 판매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유통업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은 지지부진하다. 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서 일하는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대형유통매장에 의자를 비치하도록 한 정책이 추진된 지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장 내 의자가 없다”는 응답이 27.5%, “의자가 있어도 앉을 수 없다”는 응답이 37%나 된다. 휴게실 의자 부족과 면적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휴게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다수 조사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객의 폭언·폭행으로부터 판매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됐고, 지난해 10월18일부터 시행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이나 범위 등 확대 검토 △실태조사에 휴게시설 등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유통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시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 관행 점검·개선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과 미이행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내용의 취지는 기존 노동부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점검 권한과 위반시 과태료 등 규정을 신설해 점검하라는 것이다. 어떤 제도를 실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는 감독 권한과 위반시 제재규정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부가 해당 가이드라인을 현실화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처럼 판매노동자의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제도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실효성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바뀔 때까지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한 문제는 해결된다고 믿는다. 인권위 권고를 각 부처가 수용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라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탤 것을 다짐해 본다.

추석연휴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특수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붐비는 가운데 유통업 종사자들이 편히 쉬면서 일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하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하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스플스플 2019-08-12 09:45:00

    마트에서 계산대에 힘들게 일하는 분들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저도 그분들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