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집단 계약해지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는 한국도로공사와 노조 교섭이 공전하고 있다. 양대 노총 노조는 공동교섭을 요구했는데, 도로공사는 22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도로공사가 교섭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포기하는 각서를 써야 자회사에 고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와 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연맹과 노조는 지난 18일 오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도로공사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도로공사가 교섭형식을 문제 삼으면서 정규직 전환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다 요금수납원 1천400여명이 이달 1일 계약해지된 뒤 도로공사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마주 앉은 것은 처음이다.

"도로공사, 한국노총만 따로 설득?”

노동계는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민주일반연맹(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경남일반노조·인천일반노조를 대표해 참석)이 6명의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교섭에 참여했다. 도로공사와 개별교섭을 하던 톨게이트노조와 민주일반연맹이 공동교섭단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톨게이트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쪽은 전원 직접고용을 강경하게 주장하면서 도로공사와 해고 이후로는 교섭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톨게이트노조는 도로공사와 계속 협상을 해 왔다”며 “지금까지 교섭에서 노조가 모든 것을 양보했는데도 도로공사는 시간만 끌고 최소한의 요구도 들어주지 않아서 민주노총측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노동계의 공동교섭단 구성을 거부했다. 톨게이트노조와 연맹과 따로 교섭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22일 오전까지 공동교섭 수용과 관련한 가부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다. 노조와 연맹의 말을 종합하면 계약해지된 1천400여명 중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은 약 1천명,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500명 수준이다. 공공연대노조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한국노총쪽만 따로 설득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톨게이트노조와 연맹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분리교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회사 전환시 소송 포기하라니”

도로공사는 계약종료 노동자 고용방안과 관련해 ‘한시적 기간제’ 방안을 내놓았다.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참여한 300여명만 판결 전까지 기간제로 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톨게이트노조 관계자는 “기간제 고용도 요금수납업무가 아닌 도로청소·제설·화장실 청소와 같은 조무업무로 고용하겠다는 것이고, 여기엔 대법원이 아닌 1·2심 소송 중인 노동자는 포함되지도 않는다”며 “나머지 노동자는 모두 자회사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톨게이트노조는 도로공사에 자회사를 가더라도 소송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독소조항만이라도 빼 달라고 했지만 도로공사는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 2월 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협상 관례나 노조별 요구사항이 달라서 분리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자회사 방식 전환이 기본 원칙이고 차기 회의 일정이나 입장은 추후에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달 1일부터 요금수납원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했지만,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요금수납원 1천400여명은 계약이 종료됐다. 이 중 40여명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톨게이트 주변과 청와대 앞에서는 수백명의 요금수납원이 노숙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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