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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법외노조 해결은 적폐청산·기본권 보장, 정부 정치적 사안으로 다루다 실기"
▲ 정기훈 기자

2017년 촛불정부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인 현재 법외노조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직권취소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정오(54·사진)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법외노조 문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정부 적폐를 청산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법외노조 문제를 정부가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 해결이 늦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법외노조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조 사무실에서 권정오 위원장을 만났다. 권 위원장은 노조 30년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이다. 그는 1989년 노조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2014년 울산시교육청의 '전임자 복귀 명령'을 거부해 또 한 번 교사직을 박탈당했다. 그는 현재 해직교사이자 노조 위원장으로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문제 해결 안 되면 투쟁방식 달라질 것"

- 법외노조 문제 해결 시한을 5월25일로 못 박았다. 이유가 있나.
"2019년은 전교조가 30주년 되는 해다. 30년이란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화했다. 하지만 전교조만 법외노조 투쟁으로 30년 전과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올해 해결돼야 한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1천500여명의 교사가 해직됐다. 당시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전국교사대회가 열리는 5월25일 6만 조합원이 모여 합법 교원노조의 생일잔치를 열고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기한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텐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5월25일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각계각층에 전교조 상황을 이야기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외노조 문제는 장기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투쟁의 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부에 진정성을 담아 의견을 전하고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반기 내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촛불정권이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부가 전교조 관련 재판을 재판거래 대상으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믿었던 사법부에 배신을 당했다. 전교조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거래 사실이 법원에서 판결로 확정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전교조 관련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만 3년이 넘었다.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것은 책임 방기다. 대법원은 빠른 판결을 통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해 줘야 한다. 대법원은 책임 있게 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

- 전교조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무엇 때문인가.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에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포함돼 있다. 사용자, 즉 정부가 교섭을 해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이다. 한정애 의원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포함된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과 다르다. 노조법에 따르면 과반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있지만 한정애 의원안은 조합원수에 비례해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게 돼 있다. 전교조는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 본 적이 있다.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데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전교조 울산지부 예를 보면 전교조 조합원은 3천명이었고 또 다른 노조(한국교원노조)는 조합원이 10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7대 3 비율로 교섭위원수를 확정했다. 비례의 원칙으로 교섭위원수를 결정하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렇게 실제 교섭이 체결되는 데까지 2~3년이 걸린다."

"노조다운 노조 만들겠다"

- 선거운동 당시 핵심공약으로 '교사의 무너진 교육권 살리기'를 내걸었다. 어떤 의미인가.
"전교조는 교원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조다. 노조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조합원들의 고민을 듣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일이다. 만들어진 정책을 단체교섭에서 요구하고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 곧 노조가 조합원을 대표하는 방식이다. 선거 기간 동안 200여개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교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권 추락으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교사들의 가르칠 권리인 교육권에 집중하게 된 이유다."

- 전교조가 고령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들었다.
"내부 위기의식은 아주 크다. 선거운동 당시 슬로건으로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노조 조합원이라는 것만 밝혀져도 해고를 당했다. 각오와 결의가 강한 사람이 중심이 돼 전교조를 이끌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활동가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것은 정치적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좋다. 하지만 조직 내 모든 조합원이 활동가 수준의 의식을 갖출 수는 없다. 활동가가 아닌 평조합원이 조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본다. 조직 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할 생각이다. 아마 올해 6월께에는 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방향성을 전 조합원에게 묻는 총투표를 할 것이다.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견을 정책화해 정말 '노조다운 노조'로 만들어 나가겠다."

- 문재인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육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는 뚜렷하게 비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는 교육문제조차 지지율 문제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데 전문가집단이 아닌 여론에 결정을 떠맡기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학입시 정책을 정할 때 결정권한을 공론화위원회에 넘겨 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 분야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정부가 교육에 대한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 2012년 태화중학교에서 마지막으로 교편을 잡았다. 다시 교단에 설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이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8명을 특별채용했다.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행복하다고 말하더라. 학교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 아마 모든 해직교사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법외노조 문제가 잘 풀려서 위원장 임기를 마친 뒤에 학교에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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