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재해 범위에 태아 건강손상을 포함하지 않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조항(5조1호)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업무상재해 규정에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위헌으로 인정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2009~2010년 제주의료원에 근무했던 간호사 5명이 유산을 하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은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유산을 겪은 간호사는 산재를 인정받았지만 심장질환 아기를 출산한 간호사들은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자녀는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법에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피해자들은 공단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대법원에 3년째 계류 중이다.

노조를 대리해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조이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우리 법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태아를 어머니와 동일한 존재로 인정하고 권리도 부여하고 있다"며 "어머니의 업무 중 위험노출에 의해 태아에게 생긴 건강손상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인자로 인해 자녀 질환이 발생하는 여성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업무상재해에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여성노동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정부는 산재보험법을 개정해 업무상질병 범위에 노동자 자녀의 선천성 질환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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