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8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시행 초기 최저임금의 영향력은 상당하여 저임금 해소에 기여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1989년 전체 임금 노동자 정액 급여의 38.4%까지 상승했으며 그 영향률, 즉 최저임금제도로 인해 임금 인상이 된 사람도 10.7%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점차 그 수준이 하락하여 2000년 8월에는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31.7%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20.8%에 불과하며 그 영향률도 1.1%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영향률은 1인 이상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할 때 2.1%인 상태이다. 때문에 통계상 오차의 범위를 감안하면 사실상 그 영향력이 전무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이 중요한 사람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최저임금의 목적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최저임금 자체가 임금 결정의 기준이 되고, 심지어는 최저임금액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 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저학력의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식당, 청소 용역직에서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는 지난 4월 9개 도시 107개 용역회사 소속 528명의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생활 실태를 조사하였다. 조사대상 여성용역노동자의 월급여 총액은 496,234원으로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경우가 88% 정도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현재 최저임금인 421,490원 미만을 받는 여성들이 23%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이렇게 저임금을 받게 되는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실태조사에 의해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들 여성 노동자들의 50%가 정규직에서 용역직으로 전환되었으며 응답자 네 명 중 한 명은 일하는 곳은 같으나 고용 업체만 변경됐다고 응답했다. 즉 용역업체가 위탁을 받으면서 이전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던 노동자들을 넘겨받는 형식으로 비정규직화가 진행되었으며 노동자들은 사용 사업체에 지속적으로 근무하면서 계속적으로 고용업체가 변경되는 형태인 것이다. 이는 현재의 용역업 고용 양태의 전형적인 예이다.

보통 건물청소 용역회사는 '최저입찰제'에 의해 건물주로부터 용역권을 따낸다. 인건비 및 청소비 모두를 포함하여 평당 가격으로 입찰할 때 건물주로서는 당연히 가장 낮은 돈을 요구하는 용역회사를 선정한다. 입찰가는 경쟁적으로 낮아져 결국 청소용역노동자의 임금이 깎이고 그 하한선이 바로 최저임금액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하)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조사과정에서 많은 응답자가 '수당은 잘 모른다 총액은 최저임금에 맞추어 받는다'고 답변을 했다. 때문에 오히려 임금이 낮아지는 경우도 많아 조사 대상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최근 3년 사이에 임금이 낮아졌다고 대답했다. 용역 업체가 경쟁적으로 용역 단가를 낮추고 있는 요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저하되기까지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는 현재의 법정 최저임금 자체가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못하도록 발목잡고 있는 셈이다. 조사과정에서 "3년 전 60만원이었으나 IMF 때 일방적으로 삭감해서 현재는 40만원이다", "현재 44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계약 만료로 새로운 용역 회사가 온다는데 임금을 3만원 낮추는데 동의하는지를 조사해갔다."라고 말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임금 결정의 기준이 된 최저임금을 현실화 시키자

앞서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제가 저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저임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조사 대상 여성 노동자들과 같이 법정 노동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최저임금액의 대폭적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현재 최저임금 위원회에서는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들이 모여 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액수를 결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경총 등 사용자 대표는 경기가 어려움을 들어 몇 십원만 올리기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참고로 말하자면 작년 7월에 결정되어 2001년 7월까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42만1,490원이다. 정말로 묻고 싶다, "한 달에 얼마나 쓰고 사십니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