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요즘 사회적 대화로 뜨겁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의 건’을 주요 안건으로 한 정기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할 테지만 대의원이 아닌 민주노총 일반 조합원과 활동가, 일반 시민까지도 이번에는 참여를 의결할 것인지 관심이 대단하다. 지난 17일 오후 비정규직권리연구소(준) 등이 주최한 토론회가 ‘사회적 대화와 노동’에 관한 제목으로 민주노총 옆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같은 시간에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려 경사노위 참여의 건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하는 데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토론회장에서 나는 들었다.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참석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추진 방침’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여러 쟁점에 관해서 토론했다. 이를 통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려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런 터에 2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2019년 1월21일자 매일노동뉴스). “장외평론가 아닌 링 위 선수로 뛰겠다”는 제목을 읽고 사실 나는 뜨끔했다. 민주노총 대의원 간부도 아니고, 경사노위 위원도 아니고, 그런데도 사회적 대화에 관해 칼럼을 쓰고 토론을 했던 것이니 나야말로 장외평론가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혹시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관해 내가 부정적인 말을 했다고 알려진 것인가. 이것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건 “김 위원장은 ‘바깥에서 비판하는 평론가로 남기보단 사회적 대화라는 링 위에서 선수로 뛰면서 노동·산업정책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말했다”고 쓴 기사 부분까지 읽고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오늘은 나까지도 휩쓸리고 있으니 이제 이 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그저 무심히 관망하기가 쉽지 않게 돼 버렸다.

2. 참여해서 투쟁하겠다. 툭하면 투쟁을 말하며 사회적 대화 참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왔다.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 나는 민주노총 입장이 이런 거라고 이해했다. 김명환 위원장이 평론가가 아닌 링 위의 선수가 되겠다고 말한 것도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노동자를 위한 노동정책을 위해 싸우겠다는 것일 게다. 링 위에서 선수는 싸우지 않으면 패배당할 수밖에 없다. 링 위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선수는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반대를 외치는 자들은 어째서 걸핏하면 투쟁하면서 링 위에 서는 걸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죽자 사자 투쟁하기 위해서 경사노위라는 링 위에 서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 링은 복싱경기장이 아니라 경사노위다. 그 자리는 노사정이 노동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지, 복싱의 링처럼 너 죽고 나 살자고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열심히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는 노사정이 협의하는 곳이라서 양보와 절충을 이루는 걸 당연한 존재이유로 한다. 따라서 참여해서 투쟁하겠다는 것은 경사노위에 참여하고서 그걸 활용해서 총파업투쟁 등을 하겠다는 것이겠고,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며 투쟁을 외쳐 온 자들에게는 이런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는 김명환 위원장의 말하고는 다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라는 링 위의 선수가 되겠다고 한 것이고, 거기서 노동자를 위한 노동정책을 위해 노동계 대표선수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이지, 경사노위에 참여하고서 그걸 활용해서 총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김 위원장의 말은 참여해서 투쟁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참여해서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보인다. 사실 참여해서 투쟁하겠다는 것은 참여해야만 투쟁할 수 있는 것이냐, 참여하면 투쟁하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참여해야만 투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참여하면 투쟁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 어쨌거나 참여하겠다는 의지만 남게 된다. 반대로 투쟁하기 위해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참여하지 않아야만 투쟁할 수 있는 것이냐, 참여하지 않게 되면 투쟁하게 되냐는 질문을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결국 투쟁하겠다는 의지만 남게 된다. 이렇게 보면 각기 다른 의지로 오늘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고 보인다.

3.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안건 ‘경사노위 참여의 건’을 살펴보자. 도대체 무엇이라서 이토록 뜨거운지 말이다. 민주노총은 첫째, “한국 사회에 만연한 사회 양극화 및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기본권 및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고 둘째, “경사노위를 통해 산업정책·정부정책 개입의 실질적 협의 틀 구축과 함께, 총연맹·연맹·산하조직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노정교섭·산별교섭(공공 대정부교섭 포함) 구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셋째, “사회적 대화 추진과정에서 가맹·산하조직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조직 내 민주주의 실현의 원칙을 견지한다”는 것을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경사노위) 참여 방침(안)”으로 정하고 있다. 이어서 이러한 방침에 따라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산하 각종 위원회(의제·업종·특별위원회) 협의를 민주노총이 지향하는 교섭구조 실현의 플렛폼·지렛대가 되도록 활용”하고, “2월부터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상병수당제 도입, 교원·공무원·특수고용 노동자 단결권 확대, 단체교섭권·파업권 제약 제도 개혁 등을 관철시키며 2월부터 업종·산업·정부정책 개입을 위한 제도화된 실질 협의 틀을 구축”하고, “공공사회서비스제도·노사관계제도·산업안전보건제도 전반과 산업정책, 일자리정책, 조세 및 재정정책, 공공정책 등으로 협의 의제를 확장시켜 내면서 각 업종·산업·정부정책 전반에 대해 각 가맹조직별 요구 의제 제기를 가맹조직별로 본격화해서 궁극적으로는 재벌체제 전면 개혁, 경제·산업정책의 전환, 노동체제의 전환 등 사회대개혁 과제를 한국 사회에 정립시켜 낼 것”을 경사노위 참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민주노총 2019년 1월14일 상집회의 자료). 그런데 이러한 참여 목표는 참여 방침이 의결될 경우에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서 할 일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상을 통해서 경사노위에 참여하고자 하는 민주노총의 뜻을 알 수가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의 극복, 노동기본권 및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자신이 주도하는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이고, 거기서 산업정책·정부정책 개입의 실질적 협의 틀 구축과 노정교섭·산별교섭(공공 대정부교섭 포함)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4. 어떻게 될 것인가. 민주노총이 참여한다면 경사노위에서 자신이 바라는 걸 논의의제로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여러 차례 말해 왔으니 이러저런 산업·업종별 노정 또는 노사 간의 협의 틀은 확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민주노총은 링 위의 선수가 된 것은 아니다. 김명환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노동·산업정책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 링 위에 선 것인데, 고작 그것을 위해서였다고 조합원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그것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라는 링 위에 서면 확보될 수 있는 정도의 것에 불과하다. 그 정도에 머물러서는 민주노총이 이 나라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나아가야 하는 노동운동 앞에 당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설 수가 있을까. 결국 그걸 넘어설 민주노총의 실력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실력은 경사노위에서 논의 의제에 관해 상대방들을 잘 설득해 낼 수 있는 걸 말하지 않는다. 그 의제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사용자측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언가 사용자에 양보하지 않으면 말이다. 경사노위에서 의제가 노동입법 내지 노동정책에 관한 것이든, 산업 및 기타 정부정책에 관한 것이든 그것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라면, 민주노총이 참여해도 노사정의 협의에서 사용자측은 반대할 것이고, 어차피 공익위원·전문위원 등의 안으로 정리돼 발표될 것이고, 이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세상은 달라졌다고, 촛불혁명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로 경사노위는 과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는 다를 거라고 말하지만 링 위의 선수는 싸워 이길 힘이 있어야 한다. 결국 투쟁이라는 실력이 민주노총을 링 위의 선수로서 승리자로 남게 할 것이다. 오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서 우리가 이토록 뜨겁게 논란을 벌이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로 나아가야 하는 길에서 링 위의 선수로서 이 나라 노동운동의 실력을 의심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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