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 노조가 출범했다. 회계법인 노조설립 바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 노동자들은 지난 15일 설립총회를 열고 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 출범을 알렸다. 회계사가 주축인 지부는 황병찬씨를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노조 이름은 에스유니온(S-Union)으로 정했다.

1971년 설립 이후 48년 무노조였던 삼일회계법인에 노조가 출범한 배경에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불거진 노사 이견이 있다. 회사는 유연근로제 형태인 재량근로시간제 도입을 추진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서 노사 서면합의로 정한 노동시간을 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회계업무도 재량근로 적합업무다. 삼일회계법인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미리 정한 뒤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삼일회계법인은 근로자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실시했지만 두 차례 선거에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후보자 1명을 대상으로 찬반을 묻는 3차 선거에서도 투표권자 대비 과반득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노조 관계자는 "단독 후보자가 회사에서 지원받는 인물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직원들이 선뜻 찬성투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연근로제 도입 후 대체휴무나 급여보전을 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근로자대표 선거에 회사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근로자대표 선출이 무산된 뒤 일부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희망하는 유연근로제안을 만들어 협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황병찬 지부장은 "지부는 무조건 회사와 싸우는 조직이 아니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합리적인 선을 찾아가며 합의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지부 출범이 회계업계 노조설립 바람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사들에게 자본주의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 기저에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젊은 회계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며 "매년 1천여명의 숙련인력이 회계법인을 떠나는 현실에서 노조는 회계사들이 전문가의 양심을 가지고 업무를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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