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노총 사이에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갈등의 절정은 지난 12일 홍 원내대표가 취임 6개월을 맞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대화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며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고 한다. 너무 일방적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왜 이런 갈등이 불거졌는지 살펴보자. 홍 원내대표는 올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도한 당사자다. 그럼에도 노동시간단축 시행 4개월 만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총대를 멨다. 이달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문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의당이 반대했는데도 집어넣었다. 노동계는 “정치적 야합”이라고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 간 주고받기를 통해 ‘협치’를 추구하려 했던 것일까. 어려운 경제사정에 재계를 달래고 정기국회에서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여당 원내대표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에서 한참 벗어난 행위를 하고 있으니 야당과 차별성이 안 보이는 것이다. 노동계가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들까지 홍 원내대표에 장단을 맞추는 듯한 모습은 되레 불신을 심화시킨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과 행동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연일 민주노총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야당과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협치'를 기대했던 보수야당의 보이콧으로 지난 12일 여야정 협의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회의와 15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민주노총은 적이 아니라 우군이란 사실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긍정적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성실하게 사회적 대화를 했다.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소속 노조들의 투쟁방식이 과격해 보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웠던 초심과 기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대화한다면 서로의 처지와 이해가 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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