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직접고용된 첫날 관리자들에게 ‘너희들은 (기존 정규직인) PD들보다 잘난 사람 하나도 없어. PD들 말 잘 들어’라는 축사(?)를 들어야 했어요.”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이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됐지만 사내 관리자들은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교통방송 tbs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랜서·파견·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우선 전환하고, tbs교통방송재단(가칭)을 설립해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에 따라 tbs는 현재까지 PD·기자·교통리포터·작가 등 274명을 1년 이내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tbs는 전체 인력의 90.3%를 비정규직으로 운영해 왔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와 언론노조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tbs는 정규직화 방식과 범위를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tbs 노사와 언론·노동계 관계자들이 모여 tbs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작가는 해고 위험이 있어야 창의적이다?

이날 토론회 화두는 방송작가 직군의 직접고용 문제였다. 애초 tbs는 직접고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직군과는 1년 단위 계약을 맺으면서, 방송작가 직군에게만 계약기간을 ‘다음 개편 때까지’로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개편 시기를 계산하면 사측이 7개월짜리 단기계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tbs는 방송작가 직군의 직접고용 이후 정규직화 규모도 10% 정도로 제한했다. 기존 정규직 PD를 비롯한 tbs측이 “작가는 해고 위험이 있어야 창의적일 수 있다”거나 “작가를 정규직화하면 고용 경직성으로 방송 콘텐츠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고용 경직성으로 방송콘텐츠 질이 하락하는 것은 정규직 자신의 이야기 아니냐”며 “나이 들면 나태해질 것이라는 정규직 스스로의 문제를 아직 정규직이 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투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정책위원은 “tbs는 콘텐츠 질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내·외부 경쟁 시스템 도입이나 콘텐츠 개발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tbs는 재단으로 법인화되면 경쟁상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관료제적 특성이 더해진 현재 구조로는 조직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영 tbs 기획조정실 주무관은 “회사에 채용되면 인사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방송작가도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존 프리랜서 직군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개방형 제한경쟁채용 방식의 정규직화도 도마에 올랐다. tbs는 재단 설립 뒤 직접고용된 계약직을 기존 정규직 직원처럼 개방형 제한경쟁을 통해 채용하되, 계약직에게는 가점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이강훈 지부장은 “정규직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채용절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탈락돼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고용안정 취지에서 어긋날 수 있으니 이런 채용방식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PD가 승진하고 진행자는 진행료가 올라가는 동안 방송작가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작가는 원래 비정규직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측도 우려되는 지점을 털어놨다. 김민영 주무관은 “재단으로 전환된 뒤 프리랜서로 남기를 희망하는 자를 그대로 두는 경우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된 사람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아가는 데도 퇴직금 소송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회사가 합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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