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에서 여성들이 계엄군에 의해 무참히 짓이겨졌다. 5·18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이 17건이 있었다고 국가가 공식 확인했다. 다수의 여성들이 계엄군의 성추행·성고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함께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 31일 활동을 종료하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공동조사단은 올해 5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증언이 나온 것을 계기로 6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공동조사단은 피해 접수·면담(12건)과 광주시 보상심의자료 검토(45건), 5·18 관련 문헌 분석(12건)을 거쳐 중복 사례를 제외한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를 확인했다.

성폭행은 시민군이 조직되기 전인 80년 5월19일부터 21일 사이 광주시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10~30대 학생·주부·생업 종사자였다. 피해자들은 "총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2명 이상의 군인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B씨는 “정신과 치료도 받아 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C씨는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연행·구금된 여성피해자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됐다”며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임산부 등 일반 시민 대상 성추행 같은 여성인권침해행위도 다수 있었다”고 공개했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위해 △국가의 공식사과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보상심의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 별도 구제절차 마련을 주문했다. 가해자·소속부대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 양심고백 여건 마련 △현장 지휘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공동조사단은 이 밖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5·18진상규명법) 조사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성폭력사건 전담 소위원회 구성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시간적 제약으로 당시 일어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진상규명조사위 출범 전까지 광주시 통합신고센터(062-613-5386)에서 신고를 받고 인권위는 피해자 면담조사를,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상담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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