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1998년 2월20일 제정되고 같은해 7월1일 시행됐다. 이제 파견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다. 일반적으로 1조에 규정되는 법의 목적은 법 해석의 가장 기본적 근거일 뿐 아니라 법의 존립근거이기도 하다. 파견법은 제정 이래 현재까지 1조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파견법 시행 이후 20년, 그 과정에서 파견법의 개정 경과와 법원의 해석론,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법 집행 및 현실의 변화 등을 통해 과연 파견법이 그 입법목적 달성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 제정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 파견기간, 파견업 허가, 고용간주,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강구할 조치, 법 적용에서의 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 이후 파견법은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이외에 ‘업무의 성질’을 이유로도 파견대상업무를 정할 수 있도록 했고, ‘고용간주’ 조항을 ‘고용의무’ 조항으로 변경했으며,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했다(2006년 12월21일 개정법). 이후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곧바로 고용의무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고, 노동부 장관에 의한 차별시정요구제도를 도입했다(2012년 2월1일 개정법). 다시 2013년 3월22일 개정에서는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을 구체화·세분화했고, 2014년 3월18일 개정에서는 차별시정명령의 효력확대 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같은 파견법 개정 경과를 종합하면 파견법은 대체로 파견대상업무의 확대 경향, 불법파견에 대한 법률효과를 고용간주에서 고용의무로 후퇴, 차별시정제도 구축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3. 한편 파견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론과 검찰 등 기관의 법 집행 및 노동현실을 종합하면 첫째, 파견대상업무는 확대 경향 내지 확대 여지가 있고 초단기 파견 등 고용불안이 극대화되는 형태가 남용되고 있으며 사람만 바꿔 파견이 반복되는 형태로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파견법을 둘러싼 주요한 이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 및 그 법률효과로 모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그 구별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거나 엄격한 측면이 있고 법원과 검찰·노동부의 구별기준이 상이하다.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이슈고, 판단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등의 특징이 있어 파견법과 관련 판례가 불법에 방치된 파견노동자에게 권리구제의 실효적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셋째, 고용간주 규정이 고용의무 규정으로 대체된 이후 파견노동자는 승소 확정 이전까지 사용사업주의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함으로 인해 이에 따른 부담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파견법상 차별시정제도는 그 적용의 엄격함과 난해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활용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실효성도 없다. 다섯째, 파견법과 관련 판례는 파견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에 있어 규범으로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섯째, 파견법 규정 자체는 물론 법원·검찰·노동부의 법 해석 및 집행 과정을 보면 법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과태료 부과·직접고용 시정명령 등의 제재 조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4. 파견법 시행 이후 20년이 흘렀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근로자파견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일정한 보호를 하자는 것이 파견법 제정 당시 자본의 유인 논리였다. 그러나 시행 결과는 어떠한가? 합법적인 근로자파견 영역 외부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불법파견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합법 영역에 있는 근로자파견조차 고용불안에 시달린 채 제대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파견법의 개정 경과와 이에 대한 법원 등의 태도, 현실의 변화를 보면 파견법은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복지증진 등 노동조건 보호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파견법 입법목적의 실패를 의미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파견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근로자파견이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라 근로자파견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법파견이냐 불법파견이냐 하는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가 근본적 해결에 한계를 노정한다. 결국 파견법 시행 20년의 역사는 애초부터 파견법으로 근로자파견 같은 간접고용을 규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즉 파견법 존립 근거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파견법 실패를 인정하고 노동법의 대원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파견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적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 파견법을 폐지한다고 해도 위장도급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규율 마련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면 도급의 요건을 일부라도 갖추지 않은 경우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 등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파견 이외에 현실에 존재하는 기타 간접고용에 대한 규율을 위해 노동법에 직접고용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왜 지금 시기 직접고용이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한 직접고용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문제는 법·제도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노동문제 영역은 더욱 그렇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 단결활동을 통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이를 위해 노조법 2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와 원청 사용자 책임에 대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파견법 시행 20년의 역사에서 이와 같은 교훈을 읽지 못한다면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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