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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왜 안 하나요?” 10일 아침 출근해서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 ‘세상 밖으로’를 펼쳤더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전교조 부위원장 이을재가 기고한 글이었다. 전교조 집행부가 86일째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전교조 위원장에 이어 시·도 지부장단, 해직교사 등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사실 나도 몹시 궁금했다. 큰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었다. 최근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진 바와 같이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등의 국정농단,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교조다. 추악했던 대한민국 권력의 몰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당연히 바로 해결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아니고, 그래서 왜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2.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2013년 10월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통지를 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와 같은 이유, 즉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서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5만명이 넘는 조합원 중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된 조합원 9명이 포함돼 있다고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법외노조라며 법상 설립신고된 노동조합이 아니라도 뭔가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쟁의행위권이 없는 전교조가 단체교섭권조차도 행사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니 노동조합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할 수 없게 됐다. ‘법외노조’ 전교조가 체결했던 단체협약은 무효화됐고, 전임으로 활동하는 노조간부들은 해고됐으며, 노조사무실도 빼앗겼으니 이 나라에서 법외노조란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할 존재의 부정을 의미함을 여실히 보여 줬다. 노동부가 한 통보였지만, 그것은 국정원장과 청와대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권의 권력핵심이 관여한 범죄행위였다. 그 권력의 행위로 전교조는 이 나라에서 노조로서 실질을 잃고 말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철저히 외면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권력의 행위를 적법하다고 선언해 왔다.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노동부 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선고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KTX 여승무원 해고 사건 등과 함께 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최근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는 심한 모욕을 느꼈다. 변호사로서 이 나라 법원이 이런 짓거리를 했다는 것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비록 내가 전교조 사건의 대리인 변호사가 아니었지만 사건을 두고서 거래했다는 행태를 정말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모욕적이다. 그래서 재판 결과에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만 싶을 정도로 나는 이 빌어먹을 나라 법원의 행태에 모욕을 느꼈다.

3. 노조할 권리, 노동자권리를 짓밟는 법원은 용서할 수 없고 그 법원이 판결 근거로 삼은 법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대한민국헌법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권력과 마찬가지로 그 통보를 적법하다고 선언한 법원, 나아가 그들이 근거로 내세운 법에 물어야 한다. 노동자가 단결할 자유, 교섭 등 노조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야 한다. 해고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헌법은 선언하지 않았다. 해고자라도 노동자라면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기업별노조가 아닌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 노조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의 해고자 가입제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 나라 법원이 판결해서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확장 보장했노라고 말해 왔지만 감히 나는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노조법에서 근로자란 어느 사업장 사용자에게 고용된 자를 말하지 않고,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으니(2조1호) 이 정의대로 하면 된다. 해고자라도 그가 여기에 해당하면 노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 된다.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법률이 이렇게 정해 놓았으니 정한 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법대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해고자도 근로자로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노동행정하고 판결하면 된다. 이렇게 법대로 해석하게 되면 해고자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시까지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지 아니한다고 한 노조법 규정은 이렇게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지 않는 해고자, 즉 사용자·자영업자 등 더는 이런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한한다고 봐야 한다. 이상과 같이 보는 나로서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사태는 결국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기존 노조법 해석, 기존의 판례가 초래한 재앙이라고 말하고 싶다.

4. 국제노동기구(ILO)는 해고노동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번번이 밝혀 왔고(2017. 6. 17. ILO 보고서 등), 국가인권위원회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취소 사건의 재판부에 결사의 자유에 관한 유엔 사회권규약, ILO 결사의 자유 협약(87호) 등 국제인권규범의 준수와 구직자의 초기업단위노조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고려, 노조 아님 통보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과잉금지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의견을 제출했다(2017. 12. 18. 국가인권위 의견서). 심지어 노동 분야 적폐청산TF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지난달 1일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즉각 직권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해고자도 노동자이니 단결의 자유, 노조할 권리로 보자면 너무도 당연한 의견이고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일 대법원에서 열린 노동법실무연구회에서 나는 토론하면서 흥분을 해서 말했다. 산별노조에서 사업장 쟁의행위에 다른 사업장 근로자인 조합원이 사업장 내로 진입해 참여할 수 있는가에 관한 토론이었다. 발제자로서 나는 단결의 자유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더니 다른 사업장 근로자는 사용자 승낙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고 토론자가 비판하는 거였다. 노조는 본래 어느 사업장 근로자가 아닌 직업적인 노조활동가들이 조직해서 하는 것이라고, 유럽 등의 노동조합사는 특정 사업장 근로자로 조직돼 활동하는 노동조합이 낯선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렇게 이 세상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보자면 해고자가 가입했다고 해서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이 나라 노동부의 처분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일은 웃음거리가 될 뿐 진지하게 논의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5. 그래서 나도 궁금하다.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국회 원내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이 드러났고,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직권취소를 권고한 지금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의 최적기다. 지금 바로, 먼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조치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에 좋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나도 하고 싶다. 국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먼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대답했다고 한 언론에 소개됐다. 나는 이 기사를 혹시나 하며 읽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재판 중인 사건이니 행정부가 아닌, 법원이 판결로 할 일이라고 여겨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나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승계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를 추인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처리하겠다고 한다면, 촛불시민혁명의 계승자로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와 이에 대한 재판거래가 적폐라고 한다면, 그 적폐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니 ILO 핵심협약 비준을 내세워 변명할 일도 아니다.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가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단결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처리하면 된다.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부가 한 것이니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가 그 처분을 취소하면 그만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적폐 청산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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