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7년 적립기금이 소진된다며 개편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저출산으로 연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연금 수령할 사람은 많아진다는 이유다. 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선택지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것이다. 반발여론이 비등해지자 정부는 자문안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물러섰다. 사회적 대화가 불가피해졌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입자 당사자인 노동계와 사업주, 정부가 당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민연금 개편 방향을 들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

노후소득 보장 위해 소득대체율 인하 중단해야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

국민연금 제도발전위가 제시한 안 중 소득대체율을 45%로 하자는 안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노인빈곤율이나 노후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높다. 소득대체율을 계속 떨어뜨리면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를 높이자는 두 번째 안이 온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공적연금(국민연금) 기능을 기초연금으로 대체하고 퇴직연금 등 다층연금체계를 갖추자, 즉 국민연금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찬성하지 않는다. 퇴직연금은 불안정한 제도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이 망한 사례도 있다. 기초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려면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든 기초연금이든 증가하는 노인세대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국민연금을 깎는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사회적 자원 할당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정하는 기초는 출산율·고용률·노동소득분배율 등이다. 국민연금제도가 튼튼해지려면 이 기초들이 튼튼해져야 한다. 보험료만이 연금제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다. 지금 재정추계로 보더라도 우리에게는 앞으로 30~40년의 시간이 있다.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면 된다. 노동소득분배율 등을 개선시키려는 대책도 펴야 한다.
노인 비중이 인구의 30~40%가 되고 국민연금 수급률이 노인 대다수로 넓어지면 일반예산 지원을 말할 수밖에 없다. 세금을 투여해야 한다. 연금은 세대 간 분배 문제이기도 하지만 계층 간 분배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급선무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

지금까지 국민연금 개혁 과정은 제도개선위원회가 안을 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연금개혁은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출발이다. 전 국민 노후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먼저 국민 노후를 위해 필요한 보험급여 수준을 결정하고, 재원조달 방식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의 모양을 갖추고 국고 지원이 필요한지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신뢰가 매우 낮다.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신뢰회복이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불신 해소와 신뢰회복을 위해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명문화(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개혁은 노동자·서민의 인간다운 노후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상향하고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보험료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사회적 대화 복귀 1순위 과제 '연금을 연금답게'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민주노총이 다시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다.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악 논의를 밖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22일 중앙위원회에서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해 80만 조합원이 국민의 노후 임금을 지키고,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보수언론에서는 연일 기금고갈론·용돈연금론·세대갈등론(미래세대 착취론)과 ‘보험료 폭탄’ 운운하면서 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연금에 대한 왜곡된 공세를 넘어 올바른 프레임 설정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국가 급여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국민청원운동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다 .
국민연금의 목표는 '재정안정화'가 아닌 ‘노후소득보장’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노후소득 보장의 최소기준이자 정부 공약사항인 소득대체율 50%를 국민연금의 존재 목표로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출산·군복무 등 각종 크레디트 확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가입자의 연금보험료 지원사업 확대 등을 통해 45%가 넘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적립된 630조원 기금을 공공복지시설에 투자하면서 사회적 공공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관리운영비에 대한 국고지원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와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면 적정 급여-적정 보험료를 위해 세금을 포함한 보험료 인상 등 재원 마련 대책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재정추계의 변수인 출산율과 고용률 제고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2천만 노동자가 우리의 노후를 위해 세대 간 연대를 통해 '연금행동'에 나설 때다. 지금이 바로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적기다.

국민연금을 공적연금의 기둥으로 세우자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차장

국민연금 개혁의 성공 여부는 아마도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려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지는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그동안 주장해 왔던 내용들이 대폭 반영돼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의 기둥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목소득대체율 상향과 국민부담을 고려한 보험료율의 단계적 조정 △각종 크레디트제도 및 보험료지원 확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사업장가입자 전환, 보험료 부과상한 상향조정 등 사각지대 해소방안 도입 △국가 재정투입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상설화 등이 모두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이 논의되기 위한 사회적 대화 틀도 중요하다. 정부나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의 보건복지부가 보여 준 무능한 행태와 노동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문제에서 보여 준 국회의 부적절한 태도 등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 언론이 조장하고 정부가 키운 국민연금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이 직접 논의구조에 들어가서 충분히 논의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가 가능할 것인가. 새로이 개편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이용해 보자. 노사정과 관련전문가, 각 계층 이해대변자를 모아 숙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 국민연금도 어차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한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올바른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에 집중해야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이달 17일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2042년부터 당기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 고갈될 것이란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보험료율 인상을 비롯해 제도개편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과 기업은 큰 혼란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용부진 속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의 조세부담 가중, 근로자 가처분소득 감소,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을 가속화할 것이다. 높은 보험료 부담 기피에 따른 연금 사각지대 확대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무리한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비용을 부담하는 청년층과 고령층 간 세대 갈등까지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 행사 확대, 책임투자 및 공공투자 등 국민연금을 정책적 목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역시 적극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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