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아무개 변호사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을 상대로 제기한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박 변호사는 공단이 자신이 지휘·감독하던 하부조직으로 전보발령하자 “징계성 인사인 데다 인사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공단은 법원 결정에 따라 전보발령을 취소했다.

공단, 허위보고 주장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구조공단이 최근 법원 부당인사 결정에 따라 박아무개 변호사에 대한 전보발령을 취소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2부(재판장 최우진)는 지난 13일 “공단은 내부 인사규정상 징계에 관한 절차를 두고 있음에도 진술기회 부여나 위원회를 통한 심의·의결 절차 등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적 보장 없이 징계적 의미의 전보발령을 내렸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의 전보를 한 것이거나 인사권을 남용한 위법한 명령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경제적 약자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단은 전국에 18개 지부·41개 출장소를 두고 있다. 올해 6월26일 취임한 조상희 이사장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달 20일 소속 변호사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 전주지부장인 박 변호사를 전주지부 군산출장소장으로, 군산출장소장 홍아무개 변호사를 전주지부장으로 발령했다. 출장소는 공단 직제상 지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박 변호사는 “출장소장은 지부장으로부터 근무평정을 받는 위치에 있다”며 “명백한 징계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법원 가처분 심문기일에 출석해 박 변호사의 부당인사 주장을 반박했다. 박 변호사가 허위보고를 하고 공단 내 대결구도를 조장했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들었다. 절차적으로도 공단 수시전보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박 변호사가 무변론 공시송달 1회 종결사건의 비율에 대해 허위보고를 했고, 이를 지적하자 사건명만 보고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강변했다”며 “법무관 등과의 사건배당 내용에 대해서도 허위보고를 해서 이를 지적하자 자료를 보고 통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일반직원의 상담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강변하며 공단 내부의 발전적 해결보다는 대결구도를 조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변호사는 “이사장은 지도점검 명목으로 소위 암행감찰을 했고 7월5일 전주지부를 순시했다”며 “20분간 이뤄진 환담에서 법무관과 변호사(지부장) 수행사건을 설명하며 ‘지부의 경우 월 기준 변호사 90~100건, 법무관 70~80건 정도 소송을 수행하는데 정확한 것은 통계자료를 확인한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이사장 역시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며 “통계수치에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을 허위보고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단 내 대결구도를 조장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박 변호사는 “일반직 법률상담은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아 변호사 충원을 전제로 일반직에 의한 법률상담을 순차적으로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이 밝힌 전보사유에 대한 소명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박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표적인사 의혹도 제기

박 변호사는 전보발령과 관련해 표적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공단은 2015년 취업규칙인 세출예산지침 및 보수규칙을 변호사들의 동의 없이 변경했다. 당시 박 변호사가 소속 변호사 44명을 대표해 공단 대표였던 손기호 이사장 직무대행을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처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전보발령은 이사장이 추진할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변호사들을 사전에 제거해 정당한 의견개진 기회를 박탈하려는 의도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14일 공단 사내공지를 통해 전보발령 취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급심법원의 법적 판단에 동의할 수 없는 면이 있어 상급심법원의 판단을 받아 결론을 내고 싶었다”면서도 “지엽적인 사안으로 논란과 분쟁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일단 법원의 견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공단 주무관청인 법무부는 더 이상 조 이사장의 불법·부당한 인사 조치와 정책추진, 암행감찰 등을 통한 직원감시와 갑질 등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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