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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할 권리’ 일보 전진을 위해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헌법은 노동자 단결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 직후 개정된 헌법에도 이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은 있었다. 결국 문제는 헌법상 규정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다.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2. 1989년 군의 정치개입을 비판했다가 파면된 김종대 예비역 중위에 대한 파면처분과 관련해 대법원은 해당 처분이 정당하다고 확정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파면취소 권고와 공익적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처분의 부당성과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처분 행정청인 국방부가 직권으로 처분을 취소한 것이다. 반면 최근까지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처분’에 대해 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이라는 이유로 직권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 태도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 직권취소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거나 공익적 필요 또는 기본권의 온전한 보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소송이 계속 중이거나 법원 판단과 별개로 행정부가 독자적인 판단하에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된 행정부 권한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조 아님 통보처분’에 대한 직권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매우 궁색하고 부당하다.

더욱이 산별노조라 할 수 있는 전교조에 대해 해고 조합원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수만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에 9명의 해고 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조합활동의 결과로 중도에 해고된 조합원의 존재를 이유로 하루아침에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남용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속적으로 해당 처분 취소를 권고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최근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위 처분에 대한 재판 결과의 정당성조차 심각하게 의문시되는 마당이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어느 정권보다 적극적으로 노조할 권리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권이 이 문제조차 좌고우면한다면 정부의 노동정책기조와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받게 된다. ‘전교조 죽이기’ 일환임이 너무나 명백한 전 정권의 ‘노조 아님 통보처분’에 대한 직권취소를 통해 현 정부의 노동존중 의지를 명확히 피력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3.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삼성의 노조파괴 행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10일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2013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었던 이상훈 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2012년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상당히 세련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한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 등 다수의 노조파괴 공작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임원으로는 처음으로 목장균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를 노조파괴 혐의 피의자로 소환조사해 구속했다. 목장균 전 전무는 2011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상무와 그 이후 삼성전자 인사담당 업무를 맡으면서 노조파괴 행태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지난 10일에는 강아무개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노사총괄 부사장이 같은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강 전 부사장은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년간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노사총괄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일련의 수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노조파괴 범죄와 관련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물론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컨트롤타워였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칫 검찰 수사가 삼성전자서비스 한 사업장 노조에 대한 노조파괴 범죄에 한정해 종결될 우려 또한 제기된다. 특히 최근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삼성 관련 행보에 비춰 삼성그룹 노조파괴 행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삼성에버랜드에 설립된 삼성지회는 물론이고 삼성 계열사 노조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전반적인 노조파괴 행태와 그룹 수뇌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통해 이번에는 반드시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범죄를 일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 수사와 함께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삼성 노조파괴 범죄의 진상을 드러내고, 종국적으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도록 해야 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심산에 쐐기를 박는 일련의 조치가 않다면 적폐가 반복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4. 노조할 권리 보장과 직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조) 개정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ILO 협약(특히 87호·98호) 비준도 시급하다. 노동 3권은 기본권 반열에 올랐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책임소재를 떠나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시급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노조할 권리 실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현시점에서 행여 경제지표에 휘둘려 ‘노동존중’에 대한 갈지자 행보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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