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중대재해를 당하거나 목격한 노동자들이 트라우마 상담을 요청하면 사업주가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트라우마 극복 지원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이후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지방노동청과 안전보건공단이 재해원인 조사 과정에서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을 확인하면 해당 사업장에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권고·지도한다.

그런데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비용상 문제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송옥주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중대재해 이후 심리상담' 조항을 신설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요청하면 사업주가 심리상담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노동부 장관은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상담 대상·내용과 신청 절차·방법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트라우마 상담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상담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외부 공간과 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의료기록 정보 비밀보장이 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상담이 필요하다"고 사업주에게 요청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개정안 취지는 환영한다"면서도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공간·시간·비용에 대한 부분이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옥주 의원은 이날 노동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CCTV 등을 사업장에 설치할 때 노사협의회 의결을 거치는 내용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현행법은 노사협의회 협의만 거치면 노동자 감시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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