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네덜란드 의사이자 위민온웹(Women on Web) 설립자인 레베카 콤퍼츠의 말이다. 올해 안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전한 임신중단 권리 보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건강과 대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이 함께 주최했다. 위민온웹 설립자 레베카 콤퍼츠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위민온웹은 우리나라처럼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의 임신 10주 미만 여성들에게 70~90유로(8만~11만원)의 기부금을 받고 임신중절약을 제공하는 단체다. 위민온웹은 2015년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3년간 한국 여성들의 상담은 4천여건이나 된다. 1천500명의 여성이 임신중절약을 제공받았다.

임신중절약 구매 급증 아일랜드 결국 합법화

위민온웹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은 안전한 임신중단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활동한다.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스페인·모로코 등)의 여성들을 네덜란드 배에 태워 공해상으로 나간 뒤 임신중절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일랜드나 폴란드에서는 드론을 띄워 임신중절약을 제공했다. 아일랜드 여성들은 인공유산이 합법인 영국으로 건너가 임신중절 시술을 받았는데, 2010년부터 위민온웹에서 임신중절약을 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아일랜드는 결국 지난해 4월 임신중절을 합법화했다.

콤퍼츠씨는 "임신한 여성 22%가 임신중단을 선택한다"며 "임신중단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임신중단율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임신중단 합법국의 임신중단율은 1천명당 34명인데, 우리나라처럼 불법인 나라에서는 1천명당 37명으로 외려 높다.

낙태죄 처벌하는 우리나라 여성 건강 '위험'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인공임신중절 현황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형법에 낙태죄를 명시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표본조사로 추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34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4.36%(1만4천900여건)만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합법적인 임신중절로 파악된다.

낙태죄로 인해 우리나라 산부인과 교육기관은 임신중절 시술 매뉴얼이나 훈련지침을 아예 두고 있지 않다. 윤정원 여성위원장은 "임신중절을 원하는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피해사실 입증이나 판결을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제대로 된 의학적 처치를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지 않는 방식인 소파수술이 47%를 차지한다. 2012년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임신중절 수술을 미뤘던 여고생이 수술 도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성계는 7월 첫째 주를 '낙태죄 폐지 집중행동 주간'으로 정하고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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