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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말한다 ③] 진짜사장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하라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이 없다”고들 한다.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교섭하기는 더 어려우니 파업은 꿈도 못 꿀 일이라 그렇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고용한 회사와 실제 일을 하는 회사가 다르다.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회사는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월급을 얼마나 줄지 결정조차 못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사장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포스코·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2016년 11월14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생가 앞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5명의 노동자들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선전물을 부수며 뺨을 때리고 폭언을 했다. 입술이 터지고 목과 머리에 타박상과 찰과상 등의 상처를 입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노동자는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비정규직들이었다.

아사히글라스는 구미4공단에 위치한 연평균 매출액 1조원의 소위 잘 나가는 외투기업이다. 아사히글라스에는 하청업체 세 곳이 있었고 그중 지티에스에서 2015년 5월29일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원청인 아사히글라스는 서둘러 해당 하청업체만 계약을 해지했다. 비정규직 178명을 모두 내쫓고, 계열사 정규직 120명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년 3월25일 “비정규직 집단해고는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가 판정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성과 부당노동행위 당사자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원청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 1심과 2심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 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쫓겨난 178명의 노동자는 있는데 내쫓은 사람은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은 없다. 아사히글라스처럼 노조를 만들면 하청업체가 통째로 폐업하거나 계약을 해지당한다. 그리고 노조를 탈퇴하고, 항복하는 자만 선별적으로 고용을 승계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원천봉쇄하는 원청의 노조탄압 교과서다. 원청이 노조를 파괴하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도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누가 진짜사장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청업체 사장의 생사여탈권도, 하청업체 노동자의 목줄도 모두 원청이 쥐고 있다.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3권도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분명히 지게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은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하게 보장돼야 한다. 노조를 만들면 공식처럼 적용되는 폐업·계약해지를 운 좋게 넘어서도 다음 단계인 교섭할 권리는 막혀 있다.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하청업체 사장과 교섭을 하라고 한다. 저들은 하청업체 사장이 임금·노동시간·노동조건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음을 잘 안다. 그러나 현행법은 원청과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이 형식적으로는 중간에 업체를 내세워 고용형태를 달리했다고 해서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조할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빼앗을 수 있고, 번거로운 사용자 책임을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 사회에서 어느 자본가가 간접고용을 선호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간접고용이 날로 확산하며 고용의 질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은 바로 법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동법은 정규직·직접고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고용형태가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현실을 담고 있지 못하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법은 손을 봐야 한다. 물론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득을 취하는 실질적 사용자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만들어야 한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법 개정이 하루빨리 필요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몇 명이 직접고용됐다는 언론보도나 자본의 생색내기가 아니다. 원청의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는 엄중하게 처벌하고, 동시에 교섭의무를 지게 해 궁극적으로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우리 사회가 한 발 내딛는 첫걸음이다.

차헌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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