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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고 현장실습 바꾸자 ④] 직업계고 학생 학습권과 교사 평가권을 보장하라문경호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세상을 등졌다. 그해 11월에는 제주 음료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전공과 동떨어진 일을 하며 압박감에 시달렸다. 잇단 죽음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올해 2월 또다시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유지하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입장을 묻고, 제도를 바꾸자고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5회에 걸쳐 그들의 호소를 싣는다.<편집자>

문경호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우수교육기관 연계교육형 현장실습, 산업체 체험형 현장실습을 포함한 다양한 현장실습 유형 중 하나에 불과하다. 현재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공교육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어떻게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을까. 첫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학습권을 해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학기 중에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조기취업을 나가기 때문에 학습결손을 야기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이수기간을 초과해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계고 교육과정 이수단위는 보통교과와 전문교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구성된다. 총 204단위를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전문교과 이수단위 시수는 학교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96~102단위 정도다. 전문교과 비율이 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전문교과는 3학년에 집중돼 있다.

현장실습 기간은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에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현장실습 실시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3학년이 수업일수의 3분의 2 이상을 이수하면 조기취업을 인정했다. 이로써 3학년 2학기 중인 10월부터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조기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10월부터 조기취업하는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전공심화 이론·실습교육을 받지 못한다. 전공 교육과정의 25%를 듣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학습권 침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마땅히 이수해야 할 교과목을 배우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된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을 특정 학기에 집중 실시할 경우 보통교과는 편성하지 않을 수 있고, 전문교과 이수는 현장실습 이수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도 교육청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지침’을 내려보냈다.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교육과정 운영을 기업에 맡겨 직업계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둘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생 교육평가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교육과정은 학습목표·교과내용과 연관한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운영지침에서 현장실습 활동 평가를 학교 또는 산업체, 학교와 산업체가 공동으로 할 수 있게 했다. 각 학교의 학업성적관리지침에는 “교과학습의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하며, 평소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과 기능에 대해 학생 개개인의 교과별 성취기준·성취수준에 따른 성취도와 학습 수행과정을 평가하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평소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도 아닐 뿐만 아니라 정확한 교과별 성취기준·성취수준조차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설사 마련했다고 해도 각자 다른 기업으로 파견돼 노동현장에 투입된 학생들의 성취기준·성취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묻고 싶다.

대부분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생 성적처리지침’을 살펴보면 “현장실습 성적은 산업체에서 평가한 것과 학교에서 평가한 것을 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에서 정하는 비율에 따라 합산해 실습 참여 학생의 성적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산업체가 교육기관인가? 왜 산업체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권리를 가지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교육에 문외한인 산업체에 무리하게 평가권을 넘겨 준 꼴이다.

교육감 후보에게 묻는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정상적인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들의 평가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를 막을 대책은 마련돼 있는가.

문경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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