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미국식 대통령제와 같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담았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자의적 특별사면권에 제동을 거는 한편 국무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축소·분산했다.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내렸다. 국회의원선거 비례성 원칙 명시와 선거운동 자유 보장 강화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도 개헌안에 포함시켰다.

청와대는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이런 내용의 대통령 개헌안 권력구조·선거제도·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을 발표했다.<표 참조> 청와대는 20~22일 사흘간 대통령 개헌안 주요 사항 발표를 마친 데 따라 이날 국회와 법제처에 개헌안을 송부한 뒤 전문을 공개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가 국민 뜻”
“국회에 총리선출권 부여는 변경된 의원내각제”

이날 청와대는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한 확고한 뜻을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의 뜻과 의사를 존중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며 “대통령제는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1948년 제헌헌법 이래 1960~62년 2년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제를 채택했고,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연임제 또는 중임제가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 또는 추천권을 주자는 주장은 일축했다. 조 수석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하면 대통령과 총리가 갈등하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변경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이나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이를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개헌안 부칙에 “개정 헌법 시행 당시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 수석은 “일각에서 마치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가원수 지위 삭제·자의적 사면권 행사 제동
감사원 독립기관화, 총리·국회에 권한 분산

그러면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해 대통령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 행사시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 호선하도록 해서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했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해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행정각부를 통할하도록 국무총리 권한을 강화했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독립기관으로 둔다. 국회의 정부 통제권을 강화했는데,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려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한편 충분한 예산심사기간을 두기 위해 정부 예산안 제출시기를 30일 앞당겼다.

국회 동의 대상 조약 범위는 확대했다. 법률로 정하는 조약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서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했다.

선거연령 18세로 낮추고 선거 비례성 원칙 명시
대법원장 권한 축소·배심제 재판 근거 마련

선거제도 개혁도 눈에 띈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췄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하고는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선거연령 하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국회 의석은 투표자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개헌안에 명시했다. 조 수석은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은 과다한 사표를 발생시키고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 표심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한다. 청와대는 개헌안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되, 후보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한다”고 규정했다. 공직선거법 60조는 외국인·미성년자·공무원 등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헌시 법률 개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대법원장 권한 축소 △법관 임기제 폐지·징계 해임 추가 △배심제 재판 근거 마련 △군사법원 개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격요건 삭제 등 사법개혁 내용도 개헌안에 담겼다.

청와대 “국회 설득하겠다”
자유한국당 “개헌 정치쇼 멈춰라”

대통령 개헌안이 공개됨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에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하고 설명했다.

야당 반응은 좋지 않았다. 자유한국당·민주평화당은 한 수석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의총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26일 발의돼서 국회에 와도 처리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개헌장사를 하는 속셈이 뭐냐”며 “국회 헌정특위에서 개헌안 논의에 박차를 가할 테니 여당은 지방선거만을 위한 개헌 정치쇼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정당 간 협상시한이 아직 남아 있다”며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돼도 5월 초까지는 국회의 시간이 있으니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회 설득을 위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회 연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국 수석은 “국민투표법이 오래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는데 국회에서 바꾸지 않아 위헌 상태”라며 “다음달 27일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켜도 국민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에 올리게 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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