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례/수원지방법원 2017.1.19. 선고 2017가합19633 판결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에이치디에스자산관리(원고)는 시설물 유지·관리업, 건물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원고는 경기도 내 총 66개 초·중·고등학교에 운영소장 1인 및 경비원·미화원 노동자들을 상주시키면서 개별 학교의 전반적인 시설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원고 소속 노동자들 22명은 2017년 5월14일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열어 규약을 제정하고 임원을 선출했고, 다음날 경기도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같은달 23일 경기도지사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설립 당시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 22명은 모두 운영소장이었으며, 이후 경비·미화원을 포함해 조합원이 63명까지 늘어났다.

피고 노동조합은 설립 이후 여러 차례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원고는 교섭을 거부하다가 같은해 7월26일 피고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라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수원지법은 올해 1월19일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으며, 원고가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 판결요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4호 가목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의미와 그 범위다. 원고는 피고 노동조합의 주요 조합원이던 운영소장(노조 설립 당시 조합원 전원이 운영소장이었음)이 각 학교시설의 운영·관리를 위한 업무지시 및 감독, 경비원 및 미화원의 채용 과정에서 권한 행사, 경비원 및 미화원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이유로 운영소장이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된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해 피고 설립이 무효라 주장했다.

법원은 “노조법 2조4호 가목에 의하면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는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되는데, 그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여기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에 대한 인사·급여·징계·감사·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과 같이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되고, 업무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해 업무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9.8. 선고 2008두13873 판결)”고 해서 대법원의 기존 법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① 팀장은 각 개별 학교 및 교육청을 통괄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운영소장은 각 개별 학교의 운영 및 시설관리, 경비 및 미화업무에 국한된 업무를 한다는 점 ② 운영소장은 팀장의 인사평가를 받는 등 상하관계에 있는 점 ③ 운영소장은 경비원 및 미화원의 재계약 체결 의사를 전달하는 보조적 역할을 했거나 원고 운영사업본부에게 조언하는 역할에 그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운영소장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한 피고의 자주성과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3. 평석

대상판결은 노조법 2조4호 가목에서 노동조합 가입을 금하고 있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란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이며, “업무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해 업무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1.9.8. 선고 2008두13873 판결)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문제가 된 운영소장과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로 여겨지는) 팀장이 서로 보직을 바꾸거나, 운영소장이 미화원들의 재계약과 관련해 일부 권한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이 “노동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한” 조합원 자격을 함부로 부인하지 않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사용자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무리하게 물리력을 행사해 노조활동을 저지하지 않는다. 대신 법원의 힘에 기대 노조를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기 위한 우회적인 수단으로 소송을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게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노조설립 무효 확인의 소는 노조를 설립 초기부터 제압하기 위한 사용자들의 합법적(?)인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과 운영에 관한 것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며,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없는지는 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더욱 해당 노동조합의 자율적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그러하기에 법원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의 범위를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에 한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 법원의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설립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소를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조를 압박하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사건에서 피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대부분 예순 살 전후의 고령자들로서 최저임금에 가까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시설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가혹한 근로조건을 견디다 못한 이들이 회사의 방해를 무릅쓰고 어렵게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회사는 휴가기간·장마철 같은 상식 밖의 이유를 들어 차일피일 교섭을 거부했다. 그러던 중 이 사건 소까지 제기되자 이제 막 설립된 노동조합은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채 스러질 위기에 놓였다. 만약 심리가 몇 달이라도 지연됐다면, 원고 회사는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노동조합 소멸)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이 가입을 금하고 있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의미와 그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 이외에도 신속한 심리진행을 통해 지체되지 않는 실질적 정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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