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최근 서너 달 사이 병원에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성심병원 간호사 갑질논란·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고·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사고·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투신을 비롯해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부족·장시간 노동·불규칙한 교대근무·야간노동·임금 격차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사고로 외화됐다는 분석이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보건의료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교섭체제와 사회적 대화를 위해’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고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날 국제세미나는 보건의료노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날 세미나에는 독일·호주·캐나다·일본·미국·한국 등 노조 간부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을 강조했다.

진 로스 공동위원장 "노조 조직률 높이기 필요" 제시

이날 미국의 진 로스 전국간호사연대(NNU) 공동위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를 들어 “노조 조직화와 인력법 제정이 좋은 일자리 창출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로스 공동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노조 조합원이 비조합원보다 15~45%의 임금을 더 받는다”며 “노조가 있는 병원의 경우 고용이 안정돼 불합리한 관행이나 관리자의 갑질에 항의하는 발언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있는 병원 노동자는 8시간 또는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는데 야간·주말·공휴일 근무에는 임금 할증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의 안전인력비율법(Safe Staffing Ratio Law)도 야간 교대근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진 로스 공동위원장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병원이 이 법에 따라 야간근무 때도 주간근무와 동일하게 인력을 배치하고 식사·휴식시간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토론자들은 최근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언급하며 신규간호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린다 실라스 캐나다간호사노조연맹(CFNU) 위원장은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들었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신규간호사가 일정 기간 동안 숙련된 간호사와 함께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주디스 키자 뉴사우스웨일즈간호조산사노조(NSW-NMA) 사무차장도 “신규간호사를 절대 야간근무에 (홀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며 “간호사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려면 우선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야간근무에 배치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만약 배치하고 싶다면 충분한 교육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교섭·사회적 대화로 좋은 일자리 창출”

산별교섭 체계 구축과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도 강조됐다. 박태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근 민주노총이 19년 만에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하는 등 새롭게 사회적 대화가 동력을 얻어 가고 있다”며 “보건의료 노사정협의회도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해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는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태주 상임위원은 “노사정의 상호 신뢰가 높아질수록 산별교섭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고 일자리 창출과 임금격차 해소라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노조가 단체교섭만이 아니라 경영참가, 더 나아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 의료공공성 강화의 밑받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는 산별노조를 지향하는데 실제로 임금은 기업별노조 체계로 결정된다”며 “산별노조에 맞는 임금·고용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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