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내가 호텔리베라노조 노동자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여름이었다. 당시 호텔리베라 노동자들은 2004년부터 시작된 619일의 위장폐업 분쇄투쟁을 마치고 승리해 호텔 재개관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때였다. 밝은 표정이긴 했지만 빼앗긴 일터를 되찾기 위해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했던 나날이었을까 나로선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호텔리베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지정호텔로 개관했다. 모체는 우성그룹이었고 97년 모회사 부도로 법정관리 상태였다. 2000년 지금의 신안그룹이 헐값에 매입해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며 2001년 ㈜신안관광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2년 ㈜신안관광 유성사업부문을 형식적으로 분할해 ㈜신안레져를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신안그룹에 인수된 후부터 호텔리베라 사측은 끊임없는 노조탄압을 하더니 급기야 폐업까지 단행했다.

당시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호텔리베라 유성(신안레져)을 호텔리베라 서울(신안관광)의 일부로 보고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노조 때문에 폐업을 한다”고 발언했다. 박순석 회장은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와중에 노사합의로 폐업을 철회했다.

결국 호텔을 재개관했지만 박순석 회장은 수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들의 삶을 옥죄었다. 노조전임자 불인정, 제2 노조 설립 유도, 심지어 노조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부당노동행위 백화점이었다.

지난해 10월31일 호텔리베라 사측은 또다시 ‘폐업공고문’을 게재했다. 같은해 12월31일 마지막 영업 후 업장을 폐쇄하기까지 호텔리베라 사측의 악랄한 노동조건 후퇴 강요는 계속됐다. 호텔리베라 사측은 노조에 단체협약 개정(호봉제 폐지와 연봉제 실시), 퇴직금 누진제 폐지, 포괄임금제, 임금피크제를 요구했다. 노조는 폐업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회사 회생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측은 지난해 12월31일 136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호텔리베라 폐업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정용하 신안레져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회계법인과 노무법인에 의해 경영컨설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노조에 컨설팅 결과 자료 등 경영의 어려움을 설득할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은 ‘갑질 폐업’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신안그룹은 건설·제조·레저·금융 등 25개 계열사를 소유한 재계 79위 재벌기업임에도 2004년에도 위장폐업으로 노동자들과 납품 등 협력업체, 유성지역 상인들에게 고통을 안겨 줬다. 박순석 회장은 부당내부거래로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박 회장은 수차례 불법도박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현재도 금융감독원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해 비판을 받고 있다.

2005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2004년 호텔리베라 폐업으로 인한 집단해고에 대해 “㈜신안레져가 지역경제 및 고용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사회적 책무 또한 간과할 수 없어 폐업 자체가 기업경영의 자유권에 속한다는 것으로만 속단하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신청인의 폐업조치는 진실한 기업폐지의 의사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하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행한 위장폐업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청인이 이러한 폐업을 이유로 피신청인들을 해고 처분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고 판정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이윤추구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단지 소비자·지역민에 대한 윤리경영이나 사회공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동권 보호는 사회적 책임의 기본적 내용임에도 호텔리베라에서는 불법 노조탄압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이런 불법행위와 부당노동행위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되고 사회적 지탄이 따라야 마땅하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기업은 사회에 무엇을 해 주겠다고 하기 전에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사회 기간시설을 이용하고 국가 지원을 받으며 노동력을 사용하면서도 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 ‘갑질 폐업’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