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한다.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청구 처리 지침을 개정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 입증에 필수적인 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시한 대전고등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대전고법은 이달 1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27년8개월간 일하다 2014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아무개씨 유족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측정대상 노동자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본지 2018년 2월5일자 8면 '노동부 상고 없으면 삼성반도체 유해인자 측정보고서 공개된다' 참조>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190종의 유해인자로부터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6개월마다 작업장 내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측정·평가한 자료다. 사업주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씨 유족은 산재 입증을 위해 천안지청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청구했지만 천안지청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했다. 유족은 행정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노동부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측정위치도는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비밀이라도 해도 정보공개법상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이유로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가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산재 입증에 중요하게 활용되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앞으로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적극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청구 처리 지침을 개정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1월 처리 지침을 제정하면서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의 측정대상 유해인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은폐했던 정보 상당부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핵심 내용인 측정대상 공정을 포함해 설비 배치도·노동자수 등은 비공개 대상으로 남겨 뒀다.

김영주 장관은 "산재 입증에 필요한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해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을 대리한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 입증책임이 청구자에게 있다 보니, 사망사건의 경우 유족들이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문제에서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종란 노무사(반올림)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삼성의 영업비밀보다는 산재 노동자가 먼저고, 국민 알권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노무사는 "이번 판결 취지대로 비공개 대상 없이 모두 공개하는 방향으로 정보공개청구 처리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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