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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식 전국산재노조 위원장] “중대재해 사업자 처벌 강화해야 산재 줄어든다”
   
▲ 민동식 전국산재노조 위원장 정기훈 기자
정부가 5년 내 산업재해사고 사망만인율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원청·발주자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사고 이후 중대재해 예방과 대응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거듭되는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민동식(60·사진) 전국산재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중대재해 사망률이나 산재 발생률을 낮추려면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노조는 산재노동자 권익신장과 노동 3권 보장, 요양과 재활을 위한 의료환경 개선활동을 목표로 2016년 설립한 조직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최근 10년간 검찰이 산업재해와 관련해 구속기소한 사건은 9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검찰은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이첩받은 사건 4만2천45건 중 80.8%를 벌금 부과로 종결했다. 민동식 위원장은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해도 사업주는 벌금 몇백 만원 처벌에 그친다”며 “형식적인 근로감독이나 안전교육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청을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민 위원장을 만났다.

- 올해부터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됐다. 정부가 산재 인정범위를 확대하며 사각지대 최소화에 나섰는데.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산재보험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성공한 제도다. 공무원연금제도는 산재보험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현재 산재보험은 공무원연금제도보다 질이 월등하게 떨어진다. 출퇴근재해 산재보험 적용은 당연하다. 이미 공무원들은 적용받고 있지 않나. 헌법재판소가 2016년 출퇴근사고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가 움직였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 적극적인 역할과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 정부가 산재사고 사망만인율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폐되는 산재를 양지로 드러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제도나 입법을 포함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망사고는 은폐되는 비율이 낮다. 경미한 산재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은폐된다. 산재은폐를 막으려면 일관성 있는 강력한 처벌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 지금은 정부 역할이 부재한 상태다.”

-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사고 이후 정부가 트라우마 관리계획을 내놓았다. 정신적 고통도 치료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육체적 장애는 눈에 보인다. 진단과 치료가 명확하다. 반면 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한 후 입게 되는 트라우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재해자는 입원·통원 중 추가상병을 통해 요양을 받음으로써 최소한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동료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며 또다시 일터로 나가야 한다. 의사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에 보통 2~3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을 양해하는 사업주는 없다. 산재사고 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트라우마를 관리해야 한다.”

- 산재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에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선진국에서는 산업발전과 함께 산업안전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안전관리 부재와 인명 경시풍조 속에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매년 반복되는 산재사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대재해 사망률이나 산재 발생률을 낮추려면 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해도 사업주는 벌금 몇백 만원 처벌에 그친다. 형식적인 근로감독이나 안전교육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청을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엄정하게 실질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지금까지 솜방망이 처벌로 기업의 책임회피를 방조하지 않았나.”

- 산재노조는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나.

“노조 구성원들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산재 피해 당사자다. 산재보험 주인으로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산재추방과 산재 없는 그날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3월부터 산재예방활동에 나선다. 또 정부에 산재노동자 후생복지사업 일환으로 산재노동자복지관 건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동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답게, 인간답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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