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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한국노총은 대법원 판단으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주영 위원장의 마지막 촉구이자 탄원이다. 한국노총은 17일 대법원 통상임금 공개변론을 앞두고 휴일연장노동에 대한 대법원의 상식적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돌이켜 보면 2013년 12월18일 이른바 통상임금 요건과 소급적용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은 후 5년 만이다. 그 판결 이후에도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통상임금은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그리고 대법원에 또다시 그 짐을 넘겼다. 사법부에 무슨 책임이 있으랴. 오히려 법원에 미안해해야 할 자들이 적지 않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또 하나의 소명을 안고 판단해야 할 엄중한 시점을 맞았다. 부디 상식에 맞는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연장노동과 휴일노동이 겹쳤을 경우 사용자는 각각 50% 중복해 할증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전원합의체가 다룰 핵심쟁점이다. 노동자들은 줄곧 중복할증을 요구했지만 사용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법률 해석에 관한 최고 헌법기관인 대법원이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굳이 이 글에서 필자가 속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통계적로만 본다면 지금까지 확인된 대부분의 하급심 판결 양상만 본다면 70% 이상 법원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해 왔다. 그 모두가 법관의 양심으로 법률에 따라, 그리고 지난 5년간 계속된 그야말로 여러 번 검증된 판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비록 하급심이긴 하나 그 판단들은 최대한 존중돼야 할 것이다.

법률해석 기능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사회변화에 따른 정책적 판단도 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법률해석을 함에 있어 사회구성원의 의사를 폭넓게 반영하는 것이 대법원의 책무이기도 하다. 대법원 현관에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는 국가에 대한 공무원의 손해배상청구제한 사건(1970년대), 여성 종중의 차별금지 사건(2000년대), 성폭행 대상으로서의 남성 차별금지 사건 등은 좁은 의미에서의 법률해석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판결들이다. 대법원이 헌법상 최고 지위에 있음을 스스로 내보인 훌륭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이러한 판결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떤 긍정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대법원 공개변론과 앞으로의 판결은 너무나 중요하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국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앞당기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이 어쩌면 위 사건에서 다뤄질 법률해석 쟁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법원이기 때문에 판결에 앞서 반드시 깊이 고려해야 한다.

“중복할증을 하면 피고(기업)가 어려워집니다. 피고(기업)에게는 지불능력이 없습니다”라는 만만치 않은 반론이 예상된다. 실제 기업의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등의 증명을 했을지도 모른다. 2013년 판결에서 이른바 신의칙에 의한 소급청구를 제한하는 실질적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주장은 집행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어야지 원고들에게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정당한 항변이 될 수 없음을 한 번 더 지적한다. 돈을 빌려간 채무자가 어찌 어려워진 자신의 경제적 사정을 채무의 부존재 주장 이유로 내밀 수 있나. 하물며 이 사건은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정해진, 노동자들에 대한 체불임금이다.

“중복할증을 인정하게 되면 결국 여유 있는 큰 기업 노동자들이 더 큰 혜택을 얻게 되고,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한 기업은 아예 문을 닫거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본건과는 무관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로 주장되는 말이다.

그러나 위 주장은 원고의 청구이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걱정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을 뿐이다. 오랜 기간 자본으로 쏠린, 정부와 자본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탓이다. 절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사회의 부가 거대기업과 자본으로 심각하게 쏠린 사회구조를 해소한 후에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따져 볼 일이라는 게 많은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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