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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차 정규직 두고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안 돼"금융노조 은행 무기직 노동실태·제도개선 토론회 … "노동계부터 해결방안 찾겠다"
   
▲ 금융노조와 한정애·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금융산업 2차 정규직 노동실태 및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금융노조

 

ㄱ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입사 5년 만에 대리로 승진했다. 5년을 더 일하면 과장 승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과장이 목표가 아니다. 과장이 되면 꿈에 그리던 1등 정규직이 되는 길이 열린다. 정규직이 되면 직급은 다시 계장, 처우는 신입사원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2등 정규직인 무기계약직보다 처우가 월등히 높아진다. 입사 10년 만에 다시 정규직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 김씨의 목표다.

은행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노동계와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은행 2차 정규직 대부분 여성, 직장 만족도·처우 낮아

금융노조(위원장 허권)와 한정애·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금융산업 2차 정규직 노동실태 및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은행권에서는 김씨 같은 은행 직원을 L0·RS직·6급·특정직·별정직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노동계는 무기계약직·저임금직군·2차 정규직·2등 정규직으로 칭한다. 호칭은 달라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점은 같다. 임금·처우가 정규직에 비할 바 없이 낮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들을 '2차 정규직'으로 명명했다. 그는 "명목상 정규직으로 범주화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승진과 노동조건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정규직 노동시장에 온전히 편입하지 못한 채 고립·주변화돼 별도 직군으로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부소장은 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SC제일은행를 포함한 9개 국책·시중은행에서 일하는 2차 정규직 3천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91.6%가 여성이었다.

이들의 근속연수는 5년 이상~10년 미만 37.8%, 3년 이상~5년 미만 20.5%, 10년 이상~15년 미만 20.2%로 조사됐다. 2차 정규직의 절반 가량(46.9%)이 연 3천500만∼4천5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임금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8.6%에 불과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과) 임금 차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0.4%로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2차 정규직 100%가 영업점에서 일했다. 신한은행(99.4%)·농협은행(85%)·기업은행(84.2%)·KEB하나은행(83.5%) 순으로 영업점 근무 비율이 높았다.

이런 이유로 2차 정규직들은 직장생활 만족도가 낮았다. 임금수준(79.6%)·인사제도(77.3%)·노동강도(72.9%)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 부소장은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라는 점에서 1990년대 초 사라진 여은행원 제도가 2차 정규직 형태로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 본질은 여성 차별"
"노동운동이 앞장서 문제 해결해야"


발제자로 참석한 홍성태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2차 정규직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기존 차별구조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차별적 노동시장에 위치해 있다"며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2차 정규직에 있는 이들의 삶과 처우개선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미 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토론에서 "2차 정규직의 본질은 여성을 하위 직군에 두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처우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군에 집중되고, 고임금 고위직을 남성이 독식하는 구조가 제도화됐다"고 우려했다.

2차 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계부터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허권 위원장은 "금융산업 노동자 내부 격차는 수십 년간 이어진 노사관계 산물이라는 점에서 2차 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책임져야 할 몫이 매우 크다"며 "노동자 단결과 연대를 위해 차별을 지양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노동운동의 목표를 금융권에서 구현하도록 노조부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에는 나기수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안창국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임승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장진나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이 함께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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