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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유감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지록위마. 자신의 권세를 드러내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 말하도록 강요한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안정적인 노동과 생활임금은 모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데 단지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권리에서 배제됐던 노동자들은 이제야 공공부문 고용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고 환영했다. 그 ‘정규직화’가 인천공항이 직접고용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7월20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자회사 고용‘을 정규직 전환의 한 형태로 제시한다. ‘자회사’는 과연 말인가 사슴인가.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거나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때의 자회사는 공공기관(모회사)과 안정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조직형태(주식회사·재단)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결정하며, 용역계약 형태 운영을 지양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 및 전문적 업무수행 조직으로 실질적으로 기능하도록 경영·인사관리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데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는 ‘자회사 방식’을 과연 ‘정규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에서 제기한 원칙이 실효성이 있는가다.

지금까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면서도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제기해 왔다. 자회사 역시 간접고용 형태이며, 원청에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용역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자회사를 만들어도 인천공항공사가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천공항 업무를 수행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자회사 방식이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정규직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자회사가 안정적인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공공기관은 정규직 규모를 축소하면서 업무를 외주화할 목적으로 자회사를 많이 만들었다. 철도공사만 보더라도 자회사인 코레일테크는 노동자의 96%가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0~70%밖에 되지 않는다. 코레일테크는 인력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저임금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에 불과하다. 수서발 SRT를 운영하는 철도공사 자회사 SR과는 출발점부터가 완전히 다른데도 ‘자회사’라는 이름을 동일하게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 노동조건이 좋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논의는 자회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철도공사는 9천181명의 간접고용 인력 중에서 15%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되 생명·안전업무 범위를 매우 좁혔다. 설령 생명·안전업무라고 하더라도 다른 공공기관(자회사 포함)에 위탁 혹은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는 전환 예외로 둔다고 했다. 결국 KTX 승무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과 고속철도 정비를 담당하는 자회사 코레일테크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해 버린 것이다.

승무업무와 정비업무는 KTX 안전과 승객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 문제 아닌가. KTX 승무원들은 2006년 철도유통이라는 자회사에서 파업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도대체 무엇이 고용안정인가. 2011년 인천공항철도 공사 구간에서 선로 유지·보수를 하던 코레일테크 노동자 5명이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변경된 열차 운행정보가 이 노동자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좋은 노동조건인가. ‘자회사’라는 이름이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저버리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눈감고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는 명분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시혜를 베풀어 노동조건을 개선해 주는 정책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효율성 논리로 공공 고용구조를 왜곡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왔던 책임을 지고, 공공성이 지켜지는 고용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되 직군을 분리하고 임금체계를 다르게 만들어 차별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자회사 방식’이나 ‘무기계약직 방식’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는 솔직하자.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말이 되는 것이 아니듯 ‘정규직화 정책’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정규직화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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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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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용 2017-10-26 21:04:56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으로
    법적으로 문제될시 빠져나갈수 있다
    또한 일감몰아주기로 공정위에 제소준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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