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종용에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인사권을 쥔 관리자 말을 어기기가 어디 쉽나요. 산업재해 신청이라면 무조건 숨기고 보는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현대자동차 사상서비스센터에서 자동차 정비를 하고 있는 가아무개(46)씨의 말이다. 산재 다발 기업인 현대차가 일선 자동차 수리현장에서 산재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15일 <매일노동뉴스>에 "회사 압박에 산재 신청 대신 공상처리를 했다가 병세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가씨는 1999년 5월 회사에 입사했다. 지난해 3월과 4월 두 차례 작업 중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손목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인근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의학적 검사와 방사선 검사 결과상 양측 수근관절 염좌가 인지돼 보존적 치료를 요한다”며 “정상적인 근로활동이 힘든 상태로 4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가씨는 산재 신청을 준비하며 회사에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자 회사가 여러 차례 산재 신청을 막아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가씨는 회사 운영관리팀 A차장과의 대화를 담은 3개의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A차장은 녹취록에서 “(산재 신청은) 나나 센터장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며 “2012년 일부 승소건이 1건, 이번에도 승인되면 2건인데 그러면 검경 합동조사가 나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차로 현장에서는 빼고, 월차를 안 쓴 것으로 정리하자”거나 “병원 영수증을 제출하면 비급여 부분도 개인적으로 해 준다”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가씨는 "승진과 인사에 관여하는 운영관리팀의 반복적인 요구에 결국 회사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판단한 4주 요양 대신 월차를 이용해 10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부족한 치료는 고스란히 몸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그해 11월 기씨는 양쪽 손목에 통증을 느끼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양측 수근관절 인대 결절 진단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4개월간 요양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산재 승인을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의사 소견에 따라 추가로 4개월 요양을 마치고 8월 중순 회사로 복귀했다. 가씨는 "제때 산재 요양을 받지 못해 아직도 손목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며 "산재 신청이라고 어떻게든 감추려고만 하는 회사 부조리가 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같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에 공상 처리에 강압이 없었고 본인도 명백히 동의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녹취록을 제출했다”며 “가씨가 진급에서 누락하자 스스로 선택할 일에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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