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25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임금체계 국제콘퍼런스. 정기훈 기자
한국노동연구원이 경제상황과 노동시장 환경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시기에 따라 평가·변동급 비중을 달리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산업 수준의 정밀한 직무가치 평가를 전제로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연구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의 임금제도(공정한 임금제도를 향하여)’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유사한 형태의 임금제도를 앞서 도입한 외국 사례도 소개했다.

◇"산업별 직무평가 도구 시급"=오계택 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이 ‘한국의 임금체계와 발전방향’을 발제했다. 오계택 소장은 “한국 임금체계는 연공성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는 초임 대비 30년 근속자의 임금이 3.72배지만 유럽연합 평균은 1.69배, 일본은 2.26배”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경제성장기 연공급은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숙련을 축적하며 조직에 대한 높은 헌신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하지만 미래에도 연공급이 유효한 임금체계인지는 분명치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노동시장 임금격차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원청·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는다.

외환위기를 전후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인구구조 변화도 연공급 체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외환위기 이전 연평균 5% 이상이던 경제성장률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3.17%로 낮아졌다. 오 소장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국가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비슷해지면서 더 이상 노동시장 수요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14세 이하 비중은 점점 줄고 65세 이상은 늘어나는 인구구조도 마찬가지 효과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는 숙련이나 노하우 증가를 감안해 어느 정도 임금상승이 필요하다”며 “이후에는 성과급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방안과 관련해 “산업 수준의 직무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직종·직급별 임금분포에 대한 임금정보가 필요하다”며 “임금제도 수용성과 만족도를 제고하려면 노사가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무기술서 부재는 약점 아니다"=이시다 미츠오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일본에 연공급과 직능급을 결합한 형태의 임금체계가 도입된 과정을 설명하며 “놀랍도록 조용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일본 노조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 인사고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이시다 교수는 “직무기술서가 없다는 것이 한국 고용관계의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무 중심 임금체계의 약점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사람 중심 임금체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배리 게르하르트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교수는 “자동차 앞유리 교체 회사 ‘세이프라이트’는 성과연계 급여(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후 생산성이 44% 증가했다”며 “44%의 절반은 제도 변화 전후로 채용된 직원이 인센티브 제도 도입 후 더욱 생산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덩컨 브라운 영국 고용연구소 HR 컨설팅·연구부서장은 "한국 고용주들은 직원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는 동인과 결정요인을 조사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실현 가능한 선택권을 주며 보상에 관해 소통하도록 관리자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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