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시중은행 과당경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법을 개정하고 금융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의 영업 관행과 제도를 방치하면 은행노동자들이 실적경쟁에 내몰리고,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산별 노사가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박용진 의원, 금융노조·금융경제연구소가 4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은행권 과당경쟁 근절을 통한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100개·180% KPI 좇다 보면 고객 이익 뒷전"=금융경제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올해 7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노동자의 87%가 “고객 이익보다 은행 KPI 실적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는 14개 은행에서 일하는 금융노조 조합원 3만여명이 참여했다.

이유를 묻자 66%가 “과도하게 부여된 목표”를 지목했다. 은행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은 “과도한 실적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65%로 1위로 꼽혔다. 방대하고 촘촘하게 구성된 KPI를 좇다 보면 고객 이익은 후순위로 밀린다는 얘기다.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100여개에 달하는 KPI 평가항목수와 목표 달성률과 관련해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세밀화돼 있는 평가지표는 단순화하고 목표 달성 인정비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조가 최근 8개 은행의 KPI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KPI 목표 달성률은 140~180%였다. 부여된 목표 1.8배를 달성해야 최고 가점이 부여된다는 뜻이다. 송 연구위원은 “극단적인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민금융과 중소기업 지원 등 금융공공성 평가 비중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KPI 중 62.6%가 ‘상품신규’에 배정돼 있다. 사회공헌(6%)과 소비자보호(2.7%)와 큰 격차를 보인다.

◇참가자들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해야"=토론회에서는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현재 은행법 시행령이 은행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그 범위가 은행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편익제공과 조세포탈 지원 등으로 한정돼 있다. 유주선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은행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법규나 감독규정이 없어 내부통제로 예방 노력을 하는 수준”이라며 “은행법 시행령에 금리적용 적정성·불완전판매·상품강매·편법 영업행위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 공시에 사회공헌·서민대출 현황 의무 반영 △산별 노사 차원의 과당경쟁 근절 가이드라인 제정 △공항·시도금고·병원 입점경쟁 제어 감독규정 도입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KPI 평가는 은행의 자율 경영사항"이라면서도 "법 개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기 금융위원회 금융현장지원단 현장점검팀장은 “법 개정을 통해 임원 등의 성과보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하고 추후 손실 발생시 손실규모를 반영해 성과보수를 재산정하도록 했다”며 "금융상품 판매시 소비자 설명의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단기실적 중심의 성과평가지표 개선을 위한 은행의 자율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당국이 금융상품의 제조·판매·자문 등 각 단계에서 성과보수 지급체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금융당국은 중소서민과 소비자 중심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자영업자·중소기업·창업자 대출이 확대되도록 신용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비자를 상대하는 직원이 만족하지 않고서는 소비자 만족도 없는 만큼 보여주기 식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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