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대 국회에는 노동자 출신 무소속 의원 2명이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출신 윤종오(54·사진)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출신 김종훈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1년여간 소속 정당 없이 노동자·서민을 대변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윤 의원에게 최근 시련이 닥쳤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다. 노동·진보진영은 “노동자 국회의원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현대차지부 조직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울산북구의원·울산시의원·울산북구청장을 거쳐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노동정치의 메카 울산북구에서 무소속 진보단일후보로 나서 3선의 윤두환 전 새누리당 의원을 61.5%라는 높은 득표율로 눌렀다.

하지만 국회의원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에게 배정된 국회 상임위원회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아니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다. 아무리 항의하고 투쟁해도 소용없었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노동 분야 의정활동에 소홀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정신없이 달려왔다. 박근혜 탄핵정국이 벌어졌을 때 국회에서 가장 먼저 '최순실 나와라, 박근혜 하야하라'고 외쳤다. 노동법 개악과 성과연봉제·비정규직 문제에 앞장섰고, 전국 파업현장을 다니며 노동입법화를 위해 노력했다. 경주·울산 지진으로 핵발전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에는 국민 편에서 원전 정책을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방송법개정연대 활동도 하고 있다. KBS·MBC 노동자들이 언론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가지 않았나. OBS 해고 사태도 심각하다. 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 내 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정치활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쉽지 않은 국회, 노동 분야 의정활동에도 최선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 벌금 300만원 판결

윤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6일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마을공동체 동행과 매곡신천여성회 사무실을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보고 1심 판결(무죄)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닌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상식 이하 판결이다. 1심에서는 20여 차례 다툰 다음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2심에서는 나에게 심리기회도 주지 않고 이런 결론을 내려 버렸다. 이 사건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느냐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1심에서 무죄가 난 부분을 유죄로 판결하려면 의심스러운 점에 관해 당사자에게 최소한 물어봐야 하지 않나.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다른 선거법 재판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아직도 사법적폐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윤 의원은 “검찰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4번의 압수수색을 포함해 무리한 수사 과정을 보면서 진보정치 탄압이라고 확신했다”며 “서울시 간첩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을 맡았던 공안검사들이 사건을 지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공동체 동행과 매곡신천여성회 사무실을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시설로 이용했다는 검찰이나 2심 재판부 판단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마을공동체 동행은 선거 1년 전부터 울산북구 마을공동체 일환으로 마을카페·도시텃밭·강좌를 운영했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다. 선거기간 중 내 이름표를 달고 당당하게 출입했다. 내 일정표에도 관련 행사가 포함돼 있다. 이런 곳이 어떻게 비선 선거사무실이 될 수 있나. 더구나 매곡신천여성회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단체다. 단지 선거사무실 옆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불똥이 튀었다. 건물 출입문까지 다른데도 억지로 엮었다. 선거법을 위반할 이유가 없는데도 검찰은 표적수사를 하면서 탈탈 털었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가져갔다. 3만여건의 메시지 중에서 이번 사건에 관련된 메시지는 한 건도 없었다.”

정기훈 기자


“상식 이하 판결, 사법적폐세력 여전히 존재”
노동·진보진영 ‘윤종오 지키기 대책위’ 만들어

- 노동·진보진영이 이달 9일 ‘노동자 국회의원 윤종오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법적인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민변 출신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대책위를 중심으로 ‘윤종오는 무죄’라는 취지의 10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촛불시민혁명 정신이 올곧게 정치적으로 서려면 진보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새민중정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윤종오 지키기’에 매진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10월 중하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의원은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이 이 사건의 진실만 제대로 인식하면 무죄를 받을 것이다. 검찰은 일상적으로 활동한 것을 먼지 털듯이 수사했다. 형평성에 맞지 않게 공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면 선거법 위반 의도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조건 무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7일 울산북구청이 북구청장을 지낸 윤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코스트코 구상권 청구소송 1심 결심공판이 울산지법에서 열렸다. 윤 의원은 2010년 북구청장 시절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허가를 반려했다가 코스트코를 유치한 진장유통단지조합에 고소당했다. 법원에서 벌금 1천만원을 받았다. 그 뒤 조합이 “허가를 늦게 내줘 손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3억6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자유한국당 소속 박천동 구청장으로 바뀐 북구청이 해당 금액을 지불한 뒤 전임 구청장인 윤 의원에게 이자를 포함해 5억600만원을 지급하라는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윤 의원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영세 중소상인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상생과 균형적인 삶을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전임 구청장 코스트코 구상권 청구는 가혹”
“새로운 진보정당은 노동자·농민·민중 중심 통합정당”

“유통·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지켜줘야 할 구청장의 고유책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건이다. 이것이 이렇게 가혹하게 고통받아야 할 사건인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북구청이 전임 청장에게 가혹하게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코스트코 사건은 내게 어려움을 줬지만 전국 유통·영세상인의 균형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대형마트 입점거리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대형마트·전통상인 상생발전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 사건 뒤 울산에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한 곳도 들어오지 않았다.”

- 진보대통합을 기치로 새민중정당 창준위가 지난달 9일 출범했다. 새민중정당은 무엇을 지향하나.
“새로운 진보정당은 촛불시민혁명 정신을 제대로 모아 가는 정당이어야 한다. 정치적 소외계층인 비정규직·농민·노점상·아이엄마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돌파구를 여는 정당이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정당이 돼야 한다. 분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노동자·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렵다. 그래서 자주통일정당이어야 한다.
현재 진보정당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를 제대로 모아 내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은 대부분 지역정당이다. 이를 극복하는 철저한 계급정당을 만들 것이다. 노동자·농민·민중이 중심이 되는 통합정당을 건설할 것이다. 흩어진 진보세력을 모아 내는 게 일차적 과제다.”

새민중정당은 이달 17일 부산을 시작으로 20일 서울·울산, 23일 경남, 31일 대전 창당대회를 거쳐 다음달 3일 중앙당 창당으로 창당작업을 마무리한다. 그런 다음 민중연합당을 포함한 제 진보정치세력과 통합을 추진한다. 10월15일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한다. 새민중정당 창준위 상임대표는 김종훈 무소속 의원이다.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자·서민 위한 나팔수 되겠다”

- 옛 통합진보당 부활이라는 시선도 있다. 기존 진보정당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그런 주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옛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부터 통합진보당까지 진보정당은 기성 정치권에 많은 이슈를 던졌다. 부유세·무상의료를 비롯한 상당 부분이 실현됐다. 보수정당마저 어젠다로 가져갈 만큼 정치분위기가 성숙해졌다. 진보정당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지난 과정에서 진보정당이 불신을 받고 분열됐지만 지금의 구도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어렵더라도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진보정당을 통합해 내년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 2020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회라는 기득권층이 유지해 온 집단에서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소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노동자·서민을 위한 나팔수가 되겠다. 노동현장과 지방자치에서 잔뼈가 굵었다. 국회에서 노동자·서민을 대변하면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국민에게 지지를 요청드린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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