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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옥수, 곱디고운 귀한 손고관홍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누군가의 손 사진만을 휴대전화로 받아 본 건 처음이었다. 4월 초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한 지회장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조합원이라며 사진을 보냈다. 전체적으로 거친 손도 손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두드러진 가운데손가락의 맨 끝마디…. 일부러 만들 수도 없을 모양으로 끝마디가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손가락을 펼 수 있게 하는 신전건 중 손가락 끝마디 부분에 문제가 있어 손가락 모양이 변형되는 질병, 흔히 망치형 손가락으로 부르는 상병이 확인되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손과 배경으로 보이는 작업도구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함께.

시간이 꽤 지나서야 처음 상담을 하게 됐는데, 당사자는 무척이나 수줍어했다. 이런 데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고, 저도 이런 일로 오신 분 중에 조합원처럼 수줍어하시는 분은 처음이라고,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다가 당당해진다고 답하며 말문을 열었다.

급식실에서 아이들 식사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방학 중에 개학을 앞두고 대청소를 하면서 물속에 있는 식판을 수십 장 들어 옮기면서 손가락에서 ‘뚝’ 소리가 났다고 했다. 손가락이 아팠지만 일을 멈출 수 없어 당일 청소를 모두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손가락을 보니 어느새 휘어져 있었다. 사실 그날만 아팠던 건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손가락이 아파 붕대를 감고 일을 해 왔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누구나 그렇듯,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이렇게 됐나 싶다고 전했다. 적어도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돼야 아프다고 말하게 만드는 현실이 문제고, 조합원은 전혀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은 했으나,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다.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산업재해 사건을 몇 건 담당하느라 지금까지 6~7군데의 급식실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모습을 촬영해 봤는데, 이제야 조금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아니, 지금도 익숙하지 않다. 보통 아침 8시 전후에 출근해 8시30분쯤 일을 시작하는데, 마치는 시간은 보통 4시 전후다. 흔히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보통 일하는 것처럼 하는구나' 또는 '보다 적게 일하는구나'라고 여길 수 있겠으나 나의 기준으로(?) 단언컨대, 남자도 몇 시간 버티기 힘든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급식실 노동자 중에서 내가 본 남성 노동자가 없어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다).

급식인원 120~150명당 1명씩 배정되도록 정해져 있는 급식노동자들은 아침부터 1천명 내외의 음식을 다듬고 조리해 배식준비를 한다. 재료 준비부터 학생들의 식사 전까지 조리가 완료되는 시간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사이다. 1천여명의 식사를 6~7명이 3시간 안에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경이로운데, 제대로 된 탄식은 1시간도 안 되는 식사시간 포함 휴게시간 이후에 터져 나온다. 한마디로 설거지를 비롯한 뒷정리 작업인데, 어느 학교를 가도 항상 이 설거지와 청소작업이 가장 힘들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루 종일 있다 보면 함께 점심 먹을 때 얘기를 하시곤 한다. “우리 밥 먹고 찍어야 진짠데.”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글로 써 놓으면 볼 때는 ‘아 그래 힘들겠네’라고 느껴도 정말 어느 정도의 노동강도로 일을 하는지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현장에서 종일 있지는 못하더라도 잠시만의 작업 동영상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지나치지 말고 보시기를 바란다. 물론 10년 이상의 숙련노동자들이라서 힘들어 보이는 일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흘리는 땀방울이 얼마나 많은지 잘 확인하시길….

가까이는 아니지만 옆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건 역시 인력충원이다. 조리원 1인당 급식인원이 120~150명으로 너무 많다.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로 급식인원이 과거에 비해 10여명 줄어든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국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움직여야 한다.

최근 급식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해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는 매체를 통해 “그분은 밥 먹을 자격이 없는 분 같아요”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급식노동자를 동네 아줌마라고 표현했던 그 국회의원의 손은 어떤 모양일까.

고관홍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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