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초·중등교육과정 고시에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경험하고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직업적 체험과 현장 적응력 제고 등을 위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서 현장실습을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현장실습이 아니었다. 애완동물과였는데도 콜센터에서 일했고, 모두 기피하는 해지방어 부서에 배치됐다. 상품을 해지하려는 고객의 이른바 ‘욕받이’가 되면서도 추가 상품을 팔아야 했다. 높은 강도의 감정노동과 실적압박에 시달렸다. 법에 따라 학교·학생·회사 3자 간 현장실습표준협약서가 체결돼 있었지만 협약서에 적힌 실습시간과 수당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망한 현장실습생은 “나 콜수 못 채웠어”라는 말을 남겼다. 학교에서 실시한 실습현장 순회지도 결과보고에는 “학생 건강 및 안전 사항에 특이점 없음”이라는 말이 남겨져 있었다.

직업계고등학교의 현장실습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2년 공업고등학교 실습생들을 노조원들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막는 구사대로 동원한 사건, 2005년 엘리베이터 정비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재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 2012년 울산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작업선 전복사고로 고등학교 재학 중인 현장실습생이 실종 후 사망한 사건, 2014년 CJ 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에서 일하던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 2014년 울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현장실습생이 공장지붕에 깔려 사망한 사건, 2015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파업현장에 불법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사건…. 그동안 현장실습 중에 일어났던 비극적 사고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미봉책이었을 뿐 지적됐던 많은 문제점들이 그대로 유지된 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지속되고 있다. 전공과 무관한 실습업체 파견, 사업장 유해·위험 요소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한 지위, 취업률 강조 등으로 학교 복귀를 저어하게 되는 환경,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까지. 그 속에서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특성화고 교사와 특성화고 졸업생, 청소년노동인권 활동가, 교육부·고용노동부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토론회 자리를 빽빽이 메웠다. 개선방안에 관한 견해는 갈렸지만, 발언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했던 사항은 현재 이뤄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교육으로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실습과 조기 취업을 분리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방향으로 설정돼야 하는가. 교육의 의미를 상실한 채 열악한 일자리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 본래 의미의 현장실습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나의 사업체에 장기간 종속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진행하고 있는 교과와 관련해 그 이수 단위 내에서 현장 체험, 교내 활동, 산업체 실습을 유기적으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을 말하면 취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문이 뒤따른다. 대안 없이 중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난센스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실습과 조기 취업을 분리하자고 했는데, 다시 현장실습에 취업의 의미를 덧붙이고 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자는 얘기는 취업 지원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취업을 위한 지원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취업 시기를 일괄적으로 앞당기는 것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인권위 토론회 자리에서 나왔던 말을 인용한다. “왜 대안 없는 유지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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