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민주일반연맹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습니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반드시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습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대선후보들이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공약으로 내걸고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어려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헛소리 공약”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구체적인 이행시기가 없거나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대국민 기만 공약”=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개혁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꼽고, 그 해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했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6천470원으로, 한 달 135만2천230원이다. 지난해 9월 임금근로자 평균급여 333만4천원의 40.5%에 불과하다.

12일 서울 여의도 안철수 후보 사무실 앞에서 만난 마트노동자 권혜선(57)씨는 “대선후보들은 커피 한 잔, 밥 한 끼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없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으로 한 달이라도 살아 보고 공약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지만 노동계 반응은 냉담하다.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달성시기와 경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올해 최저임금이 6천470원인데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옳다”며 “2022년 정도에 1만원에 도달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생긴 이래 매년 평균 9%의 인상률을 보였다”며 “가만히 있어도 2022년이면 최저임금 1만원이 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얄팍한 말로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 청소노동자 박상진(55)씨는 “구체적인 경로도 없는 단계적 인상안이나 2022년 인상이나 대국민 기만이자 사기인 것은 매한가지”라며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고자 나선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는 대학과 용역업체의 무리한 근로시간단축과 인원감축에 맞서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며 “최저임금 1만원의 대가가 혹독할지라도 그것이 우리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동자 31% "새 정부 핵심 의제는 최저임금"=노동계는 이날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시행 공약을 촉구했다.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무실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에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수십만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있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나쁜 일자리 확충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연맹은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준비위원회도 이날 문재인 후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조가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1천2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1%가 “최저임금 1만원”을 새 정부 주요 의제로 꼽았다. 노조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용불안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린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즉각적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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