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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과 의료가 만나는 대안사회를 위해 ③] 촛불혁명 다음은 노동혁명이다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이주호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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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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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촛불민심이 광장을 열었고,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5월9일에는 19대 대선이 치러진다.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적폐가 적지 않다. 병원 노동자들은 부족한 인력 탓에 중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감염병 관리에 취약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료전달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이와 관련한 대선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노동과 의료가 만나 적폐를 청산하고 의료공공성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위대한 민중의 승리와 촛불혁명이 만든 ‘촛불대선’이다. 넉넉하게 보면 몰락한 구 여권을 뒤로하고 문재인·안철수 두 야당후보와 심상정·김선동 두 진보후보가 뛰고 있다. 야당후보 누가 돼도 정권교체다. 두 진보후보도 마음껏 완주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강 체제 등 최근 선거구도 변화와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비전과 노동의제가 실종되는 기존 선거판으로 회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재벌체제 청산! 노동존중 평등사회!’를 슬로건으로 5대 의제·10대 요구·164개 세부요구를, 한국노총은 ‘노동가치 구현, 평등복지사회 건설을 위한 노동 중심 임금·소득주도성장’을 슬로건으로 4대 영역·19대 과제·41개 요구를 내걸고 대선투쟁에 임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5대 프로젝트·10대 과제·50대 세부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각 당 후보들도 노동자 대통령,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앞다퉈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억제, 최저임금 1만원, 청년수당, 성평등임금 공시제도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역사적 평가는 뒤로하고 수많은 전·현직 노조간부들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많이 각 당 후보 캠프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흐름대로 가서 지지후보가 당선되면 ‘진짜 정권교체’ ‘더 나은 정권교체’ ‘노동존중 평등복지사회’가 이뤄질까. 사실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들이 제시한 요구,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배가 부르다. 마치 잘 차려진 뷔페식당에 간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은 돈이 없어 먹지 못하는 그림 속 떡이 아닌가. 그럼 내가 가진 돈으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단품요리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되는 상황은 아닌가.

대중조직으로서 노동조합의 속성상 당과 후보 지지방침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들은 의제 중심의 전략적 선거투쟁을 해야 한다. 촛불이 만든 대선 결과가 노동배제적 정치를 넘어 노동존중 평등사회로 가는 노동혁명이 되기 위해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식의 선거전략이 아닌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혁명은 단순해야 한다. 일상과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3대 노동의제로의 선택과 집중을 제안한다.

노조 조직률 30% 공약 끌어내야

첫째, 촛불혁명이 노동혁명이 되기 위한 핵심 의제로 ‘노조 조직률 30% 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모든 후보에게 이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물어야 한다. 서구 복지국가들, 특히 노동시간이 짧고 행복지수·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노조 조직률이 높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복지국가 덴마크·스웨덴·핀란드의 노조 조직률은 60∼70%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2%에 불과하다. 임금노동자 1천930만명 중 노조 조합원은 200만명에 못 미친다. 이 중 300인 이상 사업장 조직률은 60% 이상이지만 50인 이하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률은 2.6%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직률이 확대된다는 것은 노조체제가 기업별 중심이라서 조직화가 어려운 비정규·중소·영세 노동자가 초기업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해 스스로 차별과 불평등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공공부문, 대공장 정규직 중심 노조가 그대로 3배 더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노조 조직구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노사정 모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노동법을 기업별 중심 체제에서 산별노조 체제로 확장하고 사측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엄단해 노조 조직화가 용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측은 노조 혐오증을 넘어,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와 적극 대화하는 소통의 리더십, 상생과 협치경영에 나서야 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기업 삼성의 무노조 정책 폐기선언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노조 또한 지금 같은 기업별 중심의 인적 물적 조직체계와 활동방식을 전면 혁신해 초기업 활동을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조 조직률을 30%로 확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새로운 노사관계의 출발, 새로운 노동운동의 시작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노조 조직률 30% 사회는 노사정 모두에게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공약이다. 실제 그런 사회는 곧 우리가 말하는 비정규직 차별 없는 사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사회, 정경유착 없는 민주주의 사회, 노동시간이 짧고 행복지수가 높은 사회를 뜻한다. 노조 조직률 30% 공약은 이처럼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동공약이다. 노조 조직률 30% 실현은 후보의 노동 존중 노동개혁 의지를 가르는 기준이다.

둘째, 촛불혁명이 노동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벽을 넘어 초기업 노사관계와 노정 협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경유착으로 망가진 경제를 노정 협치로 되살려야 한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비록 10.2%지만 200만명에 육박하는 조합원 숫자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제대로 역할만 하면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기업별로 조직돼 있는 데다, 노동배제적 정책 탓에 사회적 순기능을 못하고 공장 안에 머무르거나 길거리 투쟁으로 내몰리곤 한다. 기업별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을 하면 법으로는 합법이지만 밥그릇 투쟁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 사회개혁투쟁을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만 현행법으로는 불법이 된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기업별 노사관계 중심의 노동법을 대폭 개정하고 노조배제적 노동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전면 개정하고, 정부부처 각종 위원회에 노조의 정책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새로운 노정 교섭구조 확립과 함께 지역과 산업, 업종과 의제 중심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산별교섭·초기업교섭 제도화,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해 경영참여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특히 ‘산별교섭 제도화’는 기업별교섭만을 강제하고 있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이다.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6조1항처럼 산별노조가 요구할 경우 사용자는 ‘연합하여’ 교섭단을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업별노조와 다른 초기업 산별노조에 한해 조직 위상에 걸맞게 교섭과 쟁의대상을 확대하면서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를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법 개정 이전이라도 노동행정 측면에서 노동위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초기업 차원의 조정 역할을 강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보건의료노조와 금속·금융·공공 등에서의 산별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해 현실에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산별교섭 법제화, 정치참여 구조 확대 시급

셋째, 촛불혁명이 노동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치참여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독일식 정당명부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지금의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300명 중 47명만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사이비 비례대표제로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할 수 없다. 거대정당 중심 지역구도 때문에 올바른 대의민주주의와 정책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 2천만명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소수에 불과하고 교수와 변호사, 기성 정치인이 판치는 국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별, 비정규직·여성·청년·노년, 현장 노동대표가 국회에 들어가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은 우리가 투표한 대로 득표율에 따라 전체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다. 더불어 결선투표제와 18세 투표권 부여,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은 물론 보건의료 노동자 같은 교대근무자들의 투표시간도 적극 보장해야 한다.

서유럽 선진국에서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복지국가 진입의 핵심 원동력은 ‘백년 진보정당’과 ‘백만 산별노조’라는 양대 조직의 힘이었다. 정치적 배경에는 연동형 비례선거제도가 있었다. 이런 시스템은 높은 노조 조직률을 만들어 내면서 노동과 정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을 강화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고용보험을 노조 또는 노사가 공동운영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유럽식 겐트시스템 도입과 한스뵈클러재단(HBS) 같은 독일식 노동재단 설립도 검토해 봐야 한다.

“한 마리의 생선을 주면 한 끼의 식량이 되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의 식량이 된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조직노동은 촛불혁명에 이어 노동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쟁취할 것인가. 한 마리 생선일까. 고기 잡는 법과 고기 잡는 도구일까.

노조 조직률 30% 사회와 초기업 산별 노사관계 재편, 정당명부 연동형 비례선거제도 도입이 바로 노동자에게 고기 잡는 법이자 도구다.

노동혁명은 노동자 대표인 노동조합의 건강한 동력과 참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해 주겠다는 시혜적 공약이 아닌 노동조합과 함께 ‘노동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가려는 동반자적 공약이 나와야 한다. 즉 대선 노동공약에 ‘노조 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허구이듯 ‘노조강화 없는 노동공약’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강한 자본-약한 노동-중도 정부’로는 정권교체가 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촛불혁명은 국가와 정당과 노조가 재조직화될 때 완수될 수 있다. 그중에 제일은 ‘노조의 전략적 재조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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