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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이 노조를 괴롭히는 법] 노조간부 정씨는 왜 진통제도 못 먹고 쓰러졌나지난해 8월 희망퇴직 거부자 주도로 노조 설립 … 회사, 교육배치·퇴직 압박 등 노조 무력화 시도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비즈니스센터 강의실. 컴퓨터로 ‘실행성과를 높이는 SMART 기획力’ 동영상 강좌를 보던 SK플래닛노조 간부 정아무개씨가 갑자기 목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걸어 다녔던 그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정씨는 최근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다음주 수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주성환 SK플래닛노조 위원장은 "(정씨가) 진통제를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져 시험을 잘 못 볼까 봐 약을 안 먹었다고 했다"며 "장기간 강압적인 교육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디스크까지 얻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일일테스트에 통과하려고 진통제까지 안 먹은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회사의 노조탄압, 인권유린이 도를 넘었다"고도 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회사 퇴직 압박 시달리다 노조 설립=지난해 8월8일 무노조 사업장인 SK플래닛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들은 6명. 회사가 2014년 3월 실시한 특별희망퇴직 거부자들이다.

당시 SK플래닛이 인력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실시한 특별희망퇴직에 연차 높은 직원 177명이 퇴직 대상자에 올랐고, 157명이 퇴직했다.

   
▲ 항생제 부작용으로 허물이 벗겨진 노조간부 정아무개씨 손. SK플래닛노조


회사는 퇴직을 거부한 20명을 같은해 4월1일 직위해제하고 역량향상프로그램(PIP)에 배치했다. 이 중 14명은 특별교육 등을 거쳐 현업에 배치됐지만, 나머지 6명은 현업에서 제외됐다. 회사는 이들에 대한 대기발령을 유지하면서 퇴직을 종용했다.<본지 2017년 3월20일자 2면 "퇴직거부자 저성과자 만들어 자른 SK플래닛, 경기지노위 '부당해고'" 기사 참조>

교육 수료 현업배치 약속에 '불가능한 교육' 버텼는데…


지난해 7월 초 HR팀장은 대기발령자들을 불러 "계속 희망퇴직을 거부하면 7월 말에서 8월 초에 재택대기발령을 내고 연말에 통상해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수차례 퇴직 종용에도 이들이 꼼짝도 하지 않자 회사는 사전에 예고한 대로 같은해 8월1일 해고를 전제로 한 재택대기발령을 통보했다. 노트북·사원증·법인카드가 회수됐고, SK그룹웨어와 이메일 접속이 차단됐다. 사내조직도에서도 이들 존재는 지워졌다.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낀 이들은 재택대기발령 1주일 만인 2016년 8월8일 노조를 결성하고 연합노련에 가입했다.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사옥 앞에서 조합원 가입활동을 하자 회사도 반격에 나섰다. 노조간부들을 두 무리로 나눈 것이다. 회사는 한 달여 뒤인 같은해 9월19일 주성환 위원장과 정씨 등 간부 3명에게는 "전환배치 직무역량교육 3개월을 실시하겠다"며 교육발령을 냈고, 나머지 간부 3명은 재택대기발령을 유지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재택대기발령 중인 간부들에게 강도 높은 퇴사 종용이 이뤄졌다. 결국 지속적인 퇴사 압박에 못 견딘 간부 한 명은 사직을 택했다. 끝까지 퇴직을 거부한 한 명은 직권면직됐다. 나머지 한 명은 교육발령으로 전환됐다. 주 위원장은 "사실상 노조와해나 다름없게 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교육 수료하면 현업배치 약속했지만=부당노동행위가 의심되는 회사의 조치들이 이어지자 노조는 같은해 1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명령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심판회의 과정에서 노사는 교육발령자인 간부 4명에게 2개월(2017년 1월9일~3월9일) 추가교육 수료 후 재배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이 무사히 수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듯 고강도 교육이 이어졌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주성환 위원장은 "학습량이 매우 과도했고, 매일 오후 테스트라며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에 따르면 교육 주관업체 감독 아래 재무회계나 경영전략 같은 동영상 강의를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50분까지 보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동영상을 이어 시청한 다음, 오후 5시30분부터 30분간 그날 본 동영상 내용을 가지고 시험을 봤다. 문제는 20문항. 단단협 주관식이 7문항, 나머지는 객관식이다. 7시간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강의 내용에서 뽑은 20문제를 30분 안에 풀기란 쉽지 않았다. 70점 이하는 다음날 오전 11시께 어김없이 봉투에 밀봉된 경고장을 받았다.

주 위원장은 "네 명 모두 현업배치 하나만 바라보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회사는 수료기준(70점 미만 총 6회 이하)을 통과한 단 한 명만 현업에 복귀시키면서 노조활동이 사실상 제한된 구매팀(총무팀)에 발령했다. 주 위원장과 정씨 등 3명에게는 2개월 추가교육을 통보했다. 정씨가 목과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은 건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나서다.

주 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 교육을 패스해서 현업에 복귀하려다 보니 (정씨가) 집에 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하느라 몸이 망가졌다"며 "오늘(7일)도 일일 테스트에서 과락하지 않으려고 약을 먹지 않고 있다가 쓰러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경수 공인노무사(연합노련)는 "회사가 교육을 핑계로 괴롭히고 저성과자를 만들어 노조간부들의 복귀를 막고 있다"며 "노조 자체를 와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8일 회사에 노조간부만을 대상으로 한 4년차 장기 PIP교육 중단과 현업복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조만간 한국노총과 함께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SK플래닛 관계자는 "몸이 우선이기 때문에 병가를 내겠다고 해서 (병가를)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간부들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일축했다.

[인터뷰] "역량향상? 괴롭혀서 내보내려는 교육"
SK플래닛노조 간부 정아무개씨


"처음부터 역량향상을 염두에 둔 교육이 아니었어요. 그냥 괴롭혀서 내보내는 게 목적인 거죠."

지난 7일 허리가 무너져 내리는 통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정아무개씨. 그는 8일 오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월요일(10일)부터 병가를 냈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판정을 잇따라 받았다. 디스크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부터 정씨는 잇몸 통증에 시달렸다. 현업배치를 앞둔 마지막 교육이라고 여긴 탓일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잇몸 염증치료를 하는 한 달 동안 항생제 종류를 세 번이나 바꿨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이의 뿌리가 녹아 발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염증이 코 부분으로 옮겨 갔다. 독한 항생제 부작용으로 손이 붓고 허물이 벗겨지는 고통이 이어졌다. 신경안정제와 진통제를 먹으면 아픔은 줄어들었지만 머리가 멍해졌다.

"매일 시험을 봐야 하는데 정신이 멍해지고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5일 전부터 약을 안 먹다가 6일 저녁에 한 번 먹고, 그날(7일) 아침에 또 약을 안 먹었더니 너무 아파서…."

정씨가 시험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이유는 시험점수가 현업배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판회의 과정에서 2개월 추가교육 수료 후 재배치를 하기로 합의한 뒤 정신없이 공부에 매달렸다. 일일평가에서 70점 미만을 6회 이상 받으면 미수료로 처리된다. 하지만 "애초부터 수료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다"고 정씨는 전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는 이들이 강의실에 입실해 있을 때(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만 오픈됐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미리 볼 수도, 다시보기를 할 수도 없었다. 시험문제는 학습목표와 관련한 항목은커녕 사전에 배포한 교육자료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틀린 문제까지 출제됐다.

결국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그와 나머지 동료들은 교육을 수료하지 못했다. 이들은 3월13일부터 다시 교육을 받고 있다. 정씨는 "이게 정말 역량향상을 위한 교육이냐"고 반문했다.

"회사에 배신감을 느끼냐"고 묻자 의외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1993년 SK텔레콤에 입사한 그는 SK텔레콤이 2011년 10월 플랫폼사업을 분사하면서 SK플래닛으로 옮겨 왔다. 당시 3년간 임금과 고용안정을 약속받고 왔지만 회사는 채 3년이 안 돼 구조조정을 했다.

정씨는 "회사가 사정을 잘 얘기해 주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고참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해 보라'고 얘기해 줬다면 그동안 받은 것도 있고 하니 후배들 생각해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회사는 합리적 절차 없이 퇴직을 압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SK 기업문화가 이러지는 않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SK플래닛 구조조정과 세월호 참사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어요. 세월호는 이제 육상으로 올라왔는데, 저희는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까요?"

정씨의 병가 신청에 회사는 "병가 기간 교육은 pass(통과)되는 게 아니라 일시 pause(중지)되고 병가 복귀시 다시 resume(재개)된다는 사실을 꼭 숙지하시기 바란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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