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광주지회

광주지역 택시회사인 ㅎ사는 지난해 직원의 정년을 62세에서 57세로 5년을 줄였다. 정년 단축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내역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라 직원들 동의서도 함께 제출했다.

같은해 6월 A씨가 정년퇴직을 통보받았다. 정년이 단축된 줄도 몰랐던 A씨는 부당해고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ㅎ사는 “광주지방노동청에 취업규칙 변경을 신고한 내역”이라며 직원 42명의 동의서를 전남지노위에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전남지노위는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런데 최근 ㅎ사가 광주지방노동청에 신고한 동의서와 전남지노위에 제출한 동의서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지방노동청에 접수된 동의서 명단에는 32명만 올랐다. ㅎ사가 광주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서류가 거짓이거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응하려고 전남지노위에 낸 서류가 거짓이거나, 둘 다 거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택시회사 전체 직원이 몇 명인지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신고서 심사와 지노위 심판 과정에 구멍이 난 것이다.

◇노동자수 자료마다 제각각, 과반 동의 여부 불투명=31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광주지회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택시회사의 자료 조작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ㅎ사가 정년을 단축하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한 이후 만 57세 이상인 노동자 대다수는 촉탁직으로 재입사했다. 사실상 A씨만 변경된 정년에 따라 퇴직처리된 것이다. A씨는 지난 2015년 11월 ㅎ사 탈세의혹을 세무서에 제보한 내부고발자다. 지회는 회사가 A씨를 해고하기 위해 정년을 단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지노위는 “사측은 근로자 42명이 서명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토대로 정년을 개정했다”며 “광주지방노동청에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접수해 취업규칙 변경신고가 정상적으로 수리됐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사측은 전체 노동자가 50명, 동의서를 받은 직원이 42명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그런데 지회가 최근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광주지방노동청에 신고된 자료를 받은 결과 ㅎ사가 지노위에 제출한 자료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2월17일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접수하고 28명이 서명한 동의서를 제출했다. 같은달 23일 팩스를 통해 32명의 동의서를 접수했다. 두 동의서에 모두 이름을 올린 인원은 20명이다.

지회는 회사 노동자를 8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ㅎ사는 택시 4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12시간 맞교대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회가 조사한 결과 시청·북구청·교통안전공단에 신고된 직원수와 임금명세서상 직원수가 제각각이었다. 지난해 1월 기준 취업 운수종사자는 시청에는 51명, 교통안전공단에는 55명, 구청에서 부가세 환급을 받은 사람은 59명이었다.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임금명세서 명단에 들어 있지 않은 사람도 십수 명이었다.

지회는 “여러 자료를 취합한 결과 회사 직원이 8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광주지방노동청에 제출된 32명의 서명 동의서는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변경된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불이익변경 때 노동부 감독 강화 필요”=지회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재심을 신청했다. 지회 관계자는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취업규칙 불법 변경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두 달째 진행하고 있다”며 “사측이 전남지노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광주지방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관리·감독 강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 해 신고되는 취업규칙만 해도 2만건이 넘는다”며 “모든 건을 조작으로 의심하고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으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돼 있지만 진위 여부가 의심되면 관할 관청에 진정·고소·고발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관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지금 취업규칙 변경 절차대로라면 사실상 사업주의 성실한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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