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생산법인 분리에 이어 생산공장 휴업과 기술직원 해외발령, 공장 터 매각 공고까지 매각을 의심하게 하는 각종 징후들을 보였던 이륜차 생산업체 KR모터스가 최근 "생산직의 60~70%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노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경영진 총사퇴'로 맞불을 놨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KR모터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700시시 대형 모터사이클 생산 기술을 갖춘 업체다. 라오스 한상기업인 코라오그룹이 2014년 3월 S&T모터스를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23일 KR모터스노조(위원장 백차근)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성상용 대표는 기술직 10명의 라오스 발령을 취소하고, 공장 부지 매각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대표는 대신 "생산직 60~70%을 구조조정해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며 다음달 중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R모터스 직원은 170여명이고, 이 중 생산직은 110명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관리직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KR모터스는 지난해 10월1일 제조업을 제외한 판매·유통사업 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KR글로벌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이어 판매량 감소를 이유로 지난달 2일부터 3개월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휴업을 하루 앞두고 기술직 10명을 갑작스럽게 라오스로 발령 내면서 공장 매각설과 기술 먹튀설에 휩싸였다. 공장문을 닫고 기술은 해외로 빼내 가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각종 의혹을 부인했던 회사가 지난해 11월 초 한 부동산업체 사이트에 공장 부지 매각글을 올린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매각설·먹튀설에 기름을 부었다.

노조는 물론 상급단체인 금속노련과 한국노총 경남지역본부까지 나서서 반발하자 사측은 공장 부지 매각은 철회하는 대신, 구조조정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경영진은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백차근 위원장은 "지난해 11월18일 노사협의회에서 회사는 '지라시 소문에 불과하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는데, 뒤에서는 시나리오에 따라 매각 절차를 밟고 있었다"며 "직원들의 신뢰를 잃은 경영진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력 구조조정"이라며 "회사는 직원들의 고용보장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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