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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가난한 이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 아랫마을 이야기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윤자은  |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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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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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사회연대 식구들이 서울 원효로 아랫마을 대문 앞에서 손피켓을 들었다. 왼쪽부터 이지윤·윤애숙·정성철 활동가, 김윤영 사무국장. 윤자은 기자
   
▲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이 아랫마을 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태미화·박사라·황성철 상임활동가. 윤자은 기자

한겨울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잔혹하다. 노점상·철거민·홈리스·임차상인 등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함께 싸우는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을 찾았다. 서울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아랫마을 간판이 나온다. 서울시내에, 그것도 마당이 있는 이층집이다.

대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마당이 나온다. 키 큰 감나무와 모과나무도 있다.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와 쉼터가 마당 한구석에 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사무공간으로 이용하는 방 2개와 부엌이 보인다.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회의와 야학 공간으로 사용하는 널찍하게 트인 장소가 나온다.

‘귀곡산장’에서 아늑한 공간으로

아랫마을에는 5개 단체가 있다.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이다. 이들 단체의 공통된 요구는 주거·소득 문제와 연결된다. 각기 따로 있던 단체들이 안정적 사무공간을 마련하고 홈리스야학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10년 모였다. ‘아랫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대문에 꾸린 첫 번째 공간은 두 해 뒤 경매에 넘어갔다.

서울역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멀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야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되 세 부담이 적은 곳.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도에 서울역을 중심으로 컴퍼스를 돌렸다. 활동가 10명이 한 달간 발품을 팔아 지금의 공간을 찾았다. 1971년에 지어진 데다 오랜 기간 방치돼 ‘귀곡산장’ 같았던 곳이었다. 활동가들과 홈리스야학 학생들이 품을 들여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페인트를 칠하고 장판을 붙이고 전기 배선부터 스위치까지 구석구석 배전공사를 하고 책장도 짜 넣었다.

아랫마을을 찾는 사람들

아랫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파산 상담을 하기 위해, 긴급복지를 신청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 탈락 상담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러, 한 끼 식사를 나누러, 티브이를 보러,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아랫마을에 모여든다. 가족·사회와 단절된 연결고리를 만들고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주 3일 홈리스야학이 열린다. 홈리스야학의 교훈은 “가슴으로 깨이고 배움으로 실천하라”다. 가장 인기가 좋은 컴퓨터 활용반이 있고, 기초학문으로 국어와 영어과목이 있다. 특강으로 요가와 스트레칭, 요리교실이 개설되기도 한다.

노숙인과 쪽방촌·고시원·임대주택에 사는 이들이 주로 학습하러 온다. 20대부터 80대 중후반까지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40~50대가 가장 많다.

박사라(33)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홈리스들은 가족·사회 등 모든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며 “컴퓨터 수업을 통해 SNS 활용법을 배우고 인터넷 검색으로 기사 찾기, 자기소개서 작성법도 배운다”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할 수 없는 조건인 경우가 많아요. 시민들이 홈리스들을 볼 때 이유 없는 혐오나 공포를 가지는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길에서 잘 수밖에 없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 말입니다.”

홈리스행동은 한 달에 한 번 ‘홈리스 뉴스’ 신문을 발간해 배포한다. 신문에는 노숙인 지원사업, 아랫마을 약도 등 노숙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싣는다.

아랫마을에서는 평일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를 직접 해 먹는다.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20~30인분을 요리한다. 최근 아랫마을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쥐떼(?)가 창궐해 마을 부식에 손을 댄 것이다. 윤애숙(28)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쌀·라면·카레가루 등 모든 먹거리를 파먹었다”며 “멋대로 끼니를 때운 쥐들도 세를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를 불러 쥐를 소탕했는데, 아직 몇 마리가 남아 호시탐탐 양식을 노리고 있다.

3년 나기 준비하는 아랫마을

아랫마을은 보증금 2천만원, 월세 150만원에 세 들어 있다. 공과금과 기본 운영비용은 매달 30만~40만원 든다. 5개 단체 모두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개별회원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기본 월세와 운영비만 해도 이들 단체의 재정규모로 감당하기에 버겁다. 김윤영(32)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좁고 오래되고 열악하지만 우리에겐 소중한 공간”이라며 “아랫마을 3년 나기를 목표로 후원의 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어려운 시기지만 반빈곤운동의 작은 촛불을 밝히고 있는 아랫마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빈곤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아랫마을과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후원주점 : ‘구하라! 아랫마을’ 1월14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대학로 <육갑>
후원계좌 : 794002-04-068844(KB국민은행 이동현)
소셜펀치 : socialfunch.org/undermal

윤자은 기자

 

아랫마을 주민들의 새해 소망

지난달 30일 저녁 아랫마을에 사람들이 모였다. 홈리스행동은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역 인권지킴이 활동을 간다. 홍차와 생강차 등 따뜻한 차를 준비해 서울역 홈리스들과 나누고 상담활동을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아랫마을 주민들의 새해 소망을 들었다. 공통 소망은 건강과 박근혜 퇴진이었다.

홈리스야학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정승문(56)씨는 “홈리스들이 모두 건강하고 주거권을 찾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딸들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명의도용과 보증 문제로 압류가 들어와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딸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서울역에서 시작한 그의 노숙은 7일 만에 끝났다. 거리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후 정씨는 홈리스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상임활동가 외에도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 홈리스였던 이들과 홈리스 당사자, 쪽방촌 거주민들이 함께한다. 이들은 서로를 별칭으로 부른다.

대다수가 남성인 홈리스야학에서 홀로 여성인 반짝(47)씨는 “새해에는 같이 활동하는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일(51)씨는 “거리 사람들이 전부 집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잘 안 됐지만 내년에는 꼭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꺽쇠(55)씨는 “거리에는 이유 없이 세상을 떠나는 홈리스들이 많다”며 “시에서 공영장례식장을 만들어 세상을 떠날 때만큼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사라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빚 청산을 꼽았다. 그는 “최순실의 돈을 다 찾아내서 홈리스들의 빚과 아랫마을 빚을 갚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홈리스도 사람으로 존중하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박근혜·최순실은 자신과 지인들의 재산을 불리고 불법적으로 나눈 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만들어 놓고 족쇄를 채웠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돼 부양의무제가 꼭 폐지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윤자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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