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도급기사 문제가 통신·케이블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급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면서 노동자성이 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다. 협력업체와 1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설치·수리공사를 한 뒤 수수료를 받는다. 070전화를 한 대 설치하면 6천원을 받고, IPTV를 한 대 설치하면 1만7천원을 받는다. 원청업체가 주는 설치수수료를 협력업체 사장이 30%를 갖고 나머지 70%를 도급기사에게 지급한다.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지난 9월 비오는 날 전신주에 올랐다 감전돼 추락사한 SK브로드밴드 의정부홈고객센터 도급기사는 산재 신청조차 못했다.

불법 논란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도급기사를 사용해 업무를 시키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석이 나왔다. 이 법은 전신주에서 자택까지 케이블을 연결하는 국선인입선로 공사를 하려면 1억5천만원의 자본금과 사무실, 기술자를 보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1인 도급기사는 무자격자가 되는 셈이다. 논란이 되자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모임인 전국센터협의회가 ‘행동’에 나섰다. 협력업체에 “국회와 노조가 미래부의 법령해석을 왜곡해 발표한 사실을 미래부가 확인했다”고 공문을 붙였다. 미래부는 “확인해 준 적 없으니 공문을 철거하라”고 했다. 결국 공문은 하루 만에 철거됐다.

도급기사 문제에 업계가 관심사를 가지는 이유는 한 가지다. 티브로드·딜라이브·KT 등 모든 업체에서 도급기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 도급기사는 모래알과 같다. 마음 놓고 실적을 압박해도 한두 사람의 불만만 제어하면 된다. 그러니 협력업체 처지에서는 아쉬운 것이다.

미래부가 다음달 첫 주께 불법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고 한다. 업계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도급기사는 아파트 공사만 맡게 하는 식으로 법의 허점을 악용할 수 있다. 벌써 SK의 도급기사 100명이 다른 업체로 옮겨갔다는 얘기도 있다. 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관심을 쏟지 않는다. 노동부 관계자는 “업체가 특수고용직을 쓴다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죠. 시장의 역할인데”라고 말했다. 안이한 현실인식이 아닐 수 없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을 보호하겠노라고 선언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게 경제민주화고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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