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가 적극적 중재자를 자처하고 중재안까지 내놓았지만 17일로 52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는 쉽게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인 정부가 마치 3자인 것처럼 “노사자율로 해결할 문제”라며 사태 해결의 물꼬를 막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는 ‘선 복귀 후 협상’을 종용하면서 오히려 사태 수습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정부 폭탄 떠넘기기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과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철도 정상화를 위해 국회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지 이틀째인 1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정부는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되뇌었고 정부는 “노사자율로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지 않냐”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핵심 이유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애초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추진한 사안이다. 기재부는 올해 1월 “공기업은 총 연봉 대비 성과연봉 비중을 30%, 준정부기관은 20% 이상이 되도록 설계하고 올해 말까지 모두 도입하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자 기재부는 “조기 도입하는 우수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미이행기관은 임금동결 같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철도노조 파업은 코레일측이 기재부 권고안 이행을 위해 독자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노사자율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허구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이어진 철도 노사 집중교섭에서 코레일은 정부 권고를 어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연기하자”는 노조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파업 해결은 정부 책임

코레일과 정부가 폭탄 떠넘기기를 하는 사이 철도노조 파업은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 안전이 위험하다”고 걱정하면서도 국회가 제안한 중재안과 사회적 대화는 거부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쪽은 사실상 정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철도파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기재부가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정책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해 철도노조가 백기투항할 때까지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120개 공공기관이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코레일에서 후퇴하면 전부 다 후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귀띔했다.

지난 16일 “내년 1월1일 시행인 성과연봉제를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보하는 대신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국회에서 대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던 홍영표 위원장은 이날 “정부와 철도공사가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철도파업의 원인”이라며 “그럼에도 정부가 중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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