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8개월 동안 갈등했던 보훈병원 노사가 10일 새벽 파업 돌입 3시간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 파국을 피했지만 이사회 일방 의결로 내년 1월 확대 도입되는 성과연봉제 관련 쟁점은 협상장에서 논의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는 “수차례 정회를 거치면서 밤샘 교섭을 한 끝에 잠정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에는 총액 3%를 인상하고, 복지포인트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훈병원 노사는 인력개선TF를 설치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성보호에 필요한 인력수요를 조사한 뒤 인력운영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사는 수개월 동안 단체교섭을 했지만 성과연봉제 우선 도입 요구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파업 전날인 9일 교섭에서도 보훈병원의 운영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조가 서명해야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8시간 동안 진행된 마라톤 교섭은 같은날 밤 11시께 한 차례 파국을 맞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재개돼 새벽 4시께 절충점을 찾았다.

돌파구는 노사가 성과연봉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마련됐다. 지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추진할 명분과 동력을 잃은 상황이라 공단이 반발을 무릅쓰고 내년 1월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부는 지난 1일 이사회 의결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지부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야 3당 원내대표가 최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국회에 중재기구를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반면 공단은 이사회 의결대로 내년 1월 취업규칙을 시행해 4급 직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숙 노조 부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부가 기업의 성과연봉제 민원을 들어준 사실이 드러났다”며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투쟁과 결합해 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투쟁을 펼칠 계획이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교섭을 통해 노조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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