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인과 출판계 종사자 사이에 발생한 성폭력은 폐쇄적인 문단 내 권력관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판계 전·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종사자 257명이 조사에 응했는데 여성이 79.8%, 남성이 20.2%였다. 응답자들은 주로 출판사에서 편집·번역업무에 종사했다. 응답자 중 13.8%는 프리랜서 또는 출판사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지부에 따르면 응답자 68.4%가 언어적·시각적·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여성은 77.1%, 남성은 39.2%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음담패설이나 여성(남성) 비하 발언을 들었다는 노동자가 53.7%로 가장 많았다. 신체 접촉을 동반한 성폭력(32%)을 당하거나, 안마를 하라고 강요(27.5%)받기도 했다. 신체 특정부위를 쳐다보는 시각적 성폭력도 10.2%나 됐다. 가해자로는 다수가 직장 상사(56.6%)를 지목했다. 저자 또는 번역자(44.6%), 사업자(40.4%)도 많았다.

성폭력 발생 원인에 대해 응답자 중 88.4%는 “갑을 관계의 불평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61.2%는“문단과 출판계의 폐쇄성”을 지목했다. 응답자 중 69.3%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41.7%의 응답자는 “사후 조치가 있었으나 결과는 불만족스러웠다”고 대답했다. 출판사와 문단의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부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선방안을 만들어도 실현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사업자들이 모여 있는 대한출판문화협회나 한국출판인회의가 성폭력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