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상담의 3분의 1은 임금과 관련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상담은 임금체불이고, 내방상담의 대부분이 사건 대리로 이어지게 된다. 수임 노동자 중 많은 수는 고용노동청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가 죄를 진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이 들었어요. 감독관은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며 합의를 종용했고요. 그래서 밀린 임금을 반만 받기로 하고 진정을 취하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앉아 있다 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어요. 자괴감도 들었고요.”

노동경찰이어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해 합의를 유도한다. 이때 보통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의 70~80% 수준을 합의금으로 제시한다. 심하면 절반 이하로 후려치기도 한다. 이런 식이니 임금체불 신고사건 지도해결률은 66% 정도지만 체불임금 청산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리라.

진정을 제기한 노동자가 입증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체불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은 사실관계를 조사할 의무가 있지만, 실무상 노동자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체불 사실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특히 사용자가 노동자의 연장근로 사실을 부인하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출퇴근 자료가 거의 없는 노동자의 주장은 거의 인정받기 어렵다. 한때 연장근로를 기록하는 스마트폰 앱이 개발되면서 그 기록내용이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받기도 했으나 이 역시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현재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노동청에서 체불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근로감독관 시정지시에도 사용자가 처벌을 감수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결국 민사소송으로 가야 한다. 사용자가 처벌을 감수하는 이유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임금체불 사건의 기소 대비 구속률은 0.07%, 전체 선고 대비 실형선고율은 4.4%에 불과하다. 일반 형사사건 구속률이 3.3%, 실형률이 16.4%인 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처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상습·고의적 체불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체불금액이 수억원대거나 피해 노동자가 수십명은 돼야 구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사용자는 그저 벌금 몇 푼 내고 면죄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매년 임금체불이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검찰과 법원이 임금체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징벌적 배상제도나 이행강제금제도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기존 제도를 실효성 있게 바꿔야 할 것이다. 한 예로 현재 체불사업주 명단공개를 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임금체불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매년 약 19만건의 진정이 접수되고 있지만 노동부 홈페이지에 있는 체불사업주 명단에는 3년간 660여명만 올라 있을 뿐이다.

세 번째, 입증책임의 전환이 법제화돼야 한다. 공공기관의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입증자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사용자가 출퇴근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노동부도 빅데이터 분석 등 스마트 근로감독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고용보험·산재보험 데이터베이스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다. 고용·산재보험을 고의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각종 데이터(세무기록 등)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세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상 임금체불 보증보험 같은 임금체불 보험제도를 도입하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소액체당금제도는 효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와 더불어 실제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공무원들의 부정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만큼 합리적이고 투명한 집행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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